N° 01
Stratechery
Doomforce - AI 종말론이 판치는 와중에 Salesforce는 UI 해자를 스스로 버렸다
2026.38: Doomforce
이번 주 Stratechery는 두 개의 상반된 무드가 지배했다. 하나는 AI 종말론(doom) 논쟁이 주류로 넘어오면서 생긴 "존재론적 불안", 다른 하나는 그 와중에 Salesforce가 던진 냉정한 사업 판단이다. 핵심은 Benioff가 2024년 AgentForce에 걸었던 "우리 UI가 해자다"라는 베팅을 스스로 접고, Anthropic과 OpenAI 챗봇을 고객 인터페이스로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 글은 Stratechery의 주간 콘텐츠 정리본이라 여러 갈래가 얽혀 있다. 첫 축은 AI doom 논쟁이다. Ben Thompson은 지난 열흘간의 종말론 토론이 "이견을 허용하지 않는 진영은 결국 나쁜 결론에 도달한다"고 비판하며, Andrew Sharp의 "Some of All Fears" 논지 - 진짜 문제가 실제로 생겼을 때 그걸 풀자 - 를 가장 좋은 접근으로 꼽는다. 둘째 축은 Dario Amodei의 "pace the frontier(프런티어 속도 조절)" 제안인데, Ben은 이걸 비현실적이고 사실상 AI에 대한 정치적 통제를 노린 것이라 본다. 셋째는 중국이 미국과 AI 속도 조절 딜에 응할 가능성으로, CCP가 과거 기술 통제에 성공했던 경험이 AI 리스크 관리에 대한 자신감의 배경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리고 가장 사업적으로 흥미로운 넷째 축이 Salesforce다. Benioff는 다른 엔터프라이즈 AI 업체들과 정반대로, 자기 UI를 밀어붙이는 대신 챗봇을 고객이 선호하는 인터페이스로 인정하고 거기에 프리미엄을 붙이는 쪽으로 돌아섰다.
재밌는 포인트제목 "Doomforce"부터가 Dreamforce(Salesforce 연례 행사)와 doom을 합친 말장난이다. Andrew Sharp가 이번 주 Sharp Tech에서 Salesforce 얘기를 못 다룬 이유가 "다뤄야 할 존재론적 불안이 너무 많아서"였다는 대목이 이번 주 분위기를 압축한다. 진짜 관전 포인트는 Benioff의 방향 전환이 향하는 곳이다. UI를 해자로 삼길 포기하면 단기적으론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론 "모두에게 SaaS의 교두보가 침식되는" 세계로 이어질 수 있다.
왜 지금 중요한가엔터프라이즈 SaaS의 오랜 해자는 "우리 화면 안에 사용자를 가둔다"는 UI 락인이었다. 그런데 챗봇이 그 인터페이스 레이어를 통째로 흡수하기 시작하면서, Salesforce 같은 거인조차 "headless(UI 없는)"로 가는 게 합리적 선택이 되는 국면이다. Ben의 표현대로 UI 해자는 특정 회사만이 아니라 모두에게서 사라지고 있다. 여기에 AI doom 논쟁이 정치·규제(Dario의 pacing, 중국 딜)와 얽히면서, 기술 담론과 정치 통제가 뒤섞이는 지점을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Read → stratechery.com
N° 02
Don't Worry About the Vase
AI 존재론적 위험, 선호 폭포(Preference Cascade)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The Preference Cascade Is Only Getting Started
그동안 "AI가 인류를 멸종시킬 수 있다"는 말은 소수 괴짜들의 얘기였다. 그런데 지난 며칠 사이 미국인 3분의 2가 이 위험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Zvi의 진단은 냉정하다. 이건 진짜 여론의 전환점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우리를 살려주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
저자는 지금 AI 존재론적 위험을 둘러싼 선호 폭포가 진행 중이라고 본다. 사람들이 원래 갖고 있던 우려를 서로가 드러내기 시작하니 봇물처럼 터지는 현상이다. 방아쇠는 Anthropic을 그만둔 Jacob Coxon의 바이럴 트윗이었고, 여기에 충분한 "마른 장작"(AI에 대한 대중의 축적된 이해)이 깔려 있었기에 불이 붙었다. 근거로 여러 데이터를 든다. AI Impacts 설문에서 연구자 평균 인류 멸종 확률 추정치가 18%, Politico 여론조사에서 미국인 3분의 2가 "AI가 인류를 파괴할 최소 중간 이상 위험"이 있다고 답했고, Yale 경영대 CEO 모임 참석자 93%가 트럼프의 "위험은 사기다" 발언에 반대했다. Musk는 FAA/FCC 같은 독립 AI 규제기관을 지지하고, Yglesias는 "안전 정책 지지가 곧 종말 예언은 아니다"라며 단계적 규제 로드맵을 제시한다. 하지만 Zvi의 핵심 메시지는 이 폭포가 불충분하다는 것. Nvidia와 a16z 같은 정치적 반대세력이 대통령의 지지를 등에 업고 METR 저격 기사를 뿌리는 상황에서, 여론 전환을 넘어 실제로 근본 문제를 해결해야 살아남는다고 경고한다.
재밌는 포인트통념과 달리 아시아 연구자들이 서구 연구자보다 위험을 더 높게 봤다. 그리고 Coxon의 IMO(국제수학올림피아드) 팀 6명 중 3명이 AI 랩에 갔는데, 그중 한 명은 최근 Anthropic을 그만두고 METR로 옮기며 "우리는 이 상황에서 살아남지 못할 수도 있다"고 썼다. Coxon의 사퇴 핵심 이유는 "경쟁의 불가피성"에 대한 이견이었다. Anthropic 경영진이 중국과 미국 정부를 너무 경계해 협상 가능성을 안 믿는다는 것이다.
왜 지금 중요한가며칠 전만 해도 "AI 위험론자=doomer 괴짜"라는 프레임이 우세했는데, 지금은 CEO와 왕립학회 수학자, 일반 대중까지 태도가 뒤집히고 있다. 이건 규제 논의의 무게중심이 바뀌는 신호다. 문제는 정치 지형이다. 백악관과 실리콘밸리 투자세력은 여전히 "규제 반대" 쪽이라 여론과 정치권력이 정면충돌하는 국면으로 접어든다. 앞으로 몇 달간 랩 내부 이탈, 언론, 정치권에서 이 폭포가 어디까지 번지느냐가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지를 가른다.
Read → thezvi.substack.com
N° 03
HackerNews
"인류 역사상 가장 큰 노동 절도" - MS 내부 문서로 드러난 AI 스크래핑의 민낯
Microsoft exec called AI scraping 'the largest theft of labor in human history'
NYT가 OpenAI, MS를 상대로 낸 저작권 소송에서 봉인 해제된 문서들이 나왔다. 핵심은 두 회사 임원들이 사석에서 "이건 절도다", "출판사에 실존적 위협이다"라고 인정했다는 것이다. 공정이용(fair use) 방어의 핵심 논리를 자기들 입으로 반박한 셈이다.
3년째 진행 중인 NYT 대 OpenAI/MS 소송에서 비공개였던 내용이 공개됐다. MS 응용과학 디렉터 Brent Hecht는 2024년 1월 내부 메모에서 AI 학습을 "전례 없는 규모의 놀라운 절도", "인류 역사상 가장 큰 노동 절도"라고 표현했다. 논지의 핵심은 이 발언들이 공정이용 판단 기준, 특히 "원작 시장을 대체하거나 해치지 않아야 한다"는 요건과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MS Copilot의 "답변 엔진"은 NYT 도메인 클릭률을 기존 Bing 검색 대비 최대 93%까지 떨어뜨렸고, Hecht는 이를 "둠 루프(doom loop)"라 불렀다. OpenAI의 ChatGPT 책임자 Nick Turley는 챗봇이 출판사에 "실존적 위협"이며 "대체재이고 성능이 좋아질수록 더 대체적이 될 것"이라 적었다. Nadella조차 선서 하에 "페이월 뒤 콘텐츠는 학습·활용하려면 라이선스해야 한다"고 증언했다.
재밌는 포인트스크래핑 규모가 압도적이다. OpenAI 중간 학습 데이터셋 하나에만 NYT 등의 저작물 복사본이 9만 1,692건, Common Crawl 기반 데이터셋엔 nytimes.com 문서만 200만 건 이상이다. 압권은 OpenAI 연구원이 "NYT 페이월 우회 핵(hack)"을 언급하자 Brockman이 "ah nice"라고 답한 대목이다. 또 사용자에게 저작권 고지가 출력되면 안 되니 학습 데이터에서 저작권 표기를 의도적으로 제거했다는 정황도 나왔다.
왜 지금 중요한가그동안 판사들은 대체로 AI 학습을 공정이용으로 본 판결을 내렸고, 이달 초엔 트럼프 행정부까지 OpenAI를 옹호하는 의견서를 냈다. 하지만 이번 문서는 "회사들이 스스로 이게 잘못이고 시장을 대체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는 내부 증거라 판이 흔들릴 수 있다. AI 콘텐츠 공급망 자체가 자기 공급자를 죽이는 구조라는 "둠 루프" 인식이 임원들 입에서 나온 것이 결정적이다.
Read → techcrunch.com
N° 04
One Useful Thing
오버행 - 지금 AI로 이미 할 수 있는 일을 아무도 안 하고 있다
The Overhang
AI 논쟁은 온통 "미래 모델이 위험하냐"에 쏠려 있는데, Mollick의 지적은 정반대다. 지금 있는 모델만으로도 경제의 상당 부분을 바꾸기에 충분한데 대부분은 그 능력의 극히 일부만 쓰고 있다는 것. 이 격차, 즉 "오버행"이 진짜 이야기다.
Mollick은 최신 모델(가상의 GPT-6 Astra, Fable 5.1)로 했던 실험들을 먼저 던진다. 1977년 텍스트 게임 Zork를 3D 액션 게임으로 재창조하고, Umberto Eco의 밀라노 서재를 도면도 없이 영상과 사진, 도서 카탈로그만으로 3D 복원한 사례다. 각 작업은 원래 연구자·코더·디자이너가 몇 주 걸릴 일이었다. 핵심 주장은 이거다. 모든 랩이 내일 훈련을 멈춰도 이미 존재하는 모델만으로 변화는 불가피하다. 문제는 "모델이 뭘 할 수 있느냐"와 "사람들이 실제로 뭘 하고 있느냐" 사이의 거대한 격차, 곧 capability overhang이다. 그럼 이 격차를 메우는 사람과 아닌 사람을 가르는 건 뭐냐. Mollick은 인간의 네 가지 강점을 든다. 깊은 지식(전문가만이 AI가 어디서 실패하는지 아는 Jagged Frontier를 읽어낸다), 넓은 지식(디자인에서 "eyebrow 헤드라인 그만"이라고 말할 줄 아는 것처럼, 알아야 요청할 수 있다), 취향(만드는 게 공짜가 된 시대에 희소자원은 고르는 능력이다), 주도성(누가 알려주길 기다리지 말고 직접 경계를 탐험하는 것)이다.
재밌는 포인트Blender 일화가 압권이다. Mollick은 자기 책 트레일러를 만들라고만 했는데, AI가 알아서 3D 모델링 소프트웨어 Blender를 조작하고, 대본에 농담을 넣고, 목소리·음악·효과음까지 생성해 45분 만에 영상을 내놨다. Mollick조차 GPT가 Blender를 다룰 수 있다는 걸 그전엔 몰랐다. 게다가 이 모든 게 그가 결제하는 ChatGPT 토큰 예산의 극히 일부로 이뤄졌다. 저자 본인도 자기가 산 도구의 능력을 몰랐다는 게 오버행의 핵심을 그대로 보여준다.
왜 지금 중요한가지금 AI 정책 논쟁은 "프론티어를 늦춰야 하나"에 집중돼 있다. 하지만 Mollick의 프레임은 이 논쟁의 사각지대를 찌른다. 속도를 늦춰도 이미 배포된 능력은 사라지지 않으니, 변화는 정책과 무관하게 온다는 것. 결국 진짜 승부는 개인과 조직이 이 오버행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있다. AI를 대체가 아닌 증강의 도구로 쓰는 법을 사회적으로 합의하는 게 급하다는 메시지다.
Read → oneusefulthing.org
N° 05
HackerNews
파라미터가 무한한 LLM: 대화 중에 실시간으로 가중치를 만들어내는 모델
Infinite-Parameter LLMs: Generating and Adapting Weights from Live Data
LLM은 학습이 끝나면 가중치가 얼어붙는다. 그래서 사용자가 방금 알려준 사실이나 정정한 내용은 매번 프롬프트에 다시 밀어넣고, 요청이 끝나면 버린다. 이 논문은 그걸 프롬프트가 아니라 가중치에 직접 써넣자고 제안한다. 저장 용량은 고정인데 만들어낼 수 있는 가중치는 사실상 무한한 셈이다.
출발점은 MoE(Mixture-of-Experts)다. MoE는 거대한 파라미터 은행에 다 저장해두고 토큰마다 그 일부만 활성화한다. 문제는 이 성공이 전부 정적인 사전학습 데이터 위에 세워져 있다는 점이다. 실제 배포된 모델이 마주하는 세상은 다르다. 정작 쓸모 있는 정보는 학습셋이 아니라 지금 진행 중인 대화 안에 있다. 기존 모델은 이걸 못 배우니까 전부 프롬프트에 넣고 매 요청마다 다시 읽는다. 저자들의 답이 Infinite-Parameter LLM이다. 작은 하이퍼네트워크가 런타임 데이터를 받아 공유 베이스 네트워크의 low-rank 변조로 바꾼다. 즉 FFN 가중치를 은행에서 꺼내는 게 아니라 실시간 데이터로부터 생성한다. 기존 weight generator가 컨텍스트를 한 번 읽고 얼어붙는 것과 달리, 이들은 생성기의 latent code에 대한 베이지안 믿음(Bayesian belief)을 들고 다니며 온라인으로 업데이트한다. 대화가 진행될수록 그 진화하는 믿음에서 가중치가 계속 다시 유도되는 구조다.
재밌는 포인트핵심 주장은 "지식을 프롬프트가 아니라 가중치에 담으면 더 좋다"는 것이다. 연산이 amortize되고(매번 다시 읽을 필요 없음), 컨텍스트 윈도우가 비고, 턴을 넘어 지속되며, in-context보다 일반화가 더 잘될 수 있다는 네 가지 근거를 든다. 흥미로운 건 이게 순수 방법론 논문이라는 점이다. 실험 결과보다 in-context learning과 retrieval 대비 정확히 무엇을 검증할지에 대한 평가 프로토콜 명세에 방점을 찍었다. 아직 벤치 승리 선언이 아니라 판을 까는 단계인 셈이다.
왜 지금 중요한가RAG와 긴 컨텍스트로 밀어붙이던 "런타임 지식은 프롬프트로 해결한다"는 통념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흐름이다. 컨텍스트 윈도우를 무한정 늘리는 군비경쟁 대신, 대화에서 얻은 정보를 모델 내부에 영구적으로 각인시키는 테스트타임 학습 계열의 아키텍처 실험이 지금 활발하다. 개인화, 지속 기억, 온디바이스 적응이 필요한 에이전트 시대에 이 방향은 프롬프트 엔지니어링과 벡터DB 중심 스택의 전제를 흔들 수 있다.
Read → arxiv.org
N° 06
HackerNews
돛의 귀환: 화물선이 다시 바람을 동력으로 쓰기 시작했다
The Return of Sail Power: Cargo Ships Are Turning Back to the Wind
한 세기 넘게 배는 돛에서 도망쳐 왔다. 그런데 지금 세계 선단에 거대한 회전 실린더와 항공기 날개 같은 돛이 다시 붙고 있다. 이유는 낭만이 아니라 계산이다. 저탄소 연료는 비싸고 귀한데, 바람은 공짜다.
저자의 논지는 명확하다. 풍력 추진이 실험 단계를 벗어나 상업 해운의 실제 세그먼트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핵심은 돛으로 엔진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엔진과 함께 쓰는 하이브리드라는 점이다. 국제풍력선박협회에 따르면 이미 100척 넘는 대형 상선이 현대식 풍력 추진 장치를 달았고, 이는 5백만 재화중량톤이 넘는다. 여전히 전체 선단의 극소수지만, 배는 커지고 프로젝트는 대담해지고 있다. 2026년 들어 결정적 신호들이 나왔다. 머스크가 8,700TEU 컨테이너선에 35미터 로터세일을 달아 2027년 대서양 항로에서 시험한다(컨테이너선 최초). 세계 최대급 광석운반선 Vale의 Sohar Max(40만 dwt)는 이미 로터세일 5기로 연료 6% 절감을 노린다. 2028년엔 VLCC 유조선에, 나아가 LNG선까지 검토 중이다. 로터세일은 회전하는 수직 실린더가 마그누스 효과로 양력을 만드는 원리로, 개념은 100년 넘었지만 현대 제어기술과 소재가 이를 실용화했다.
재밌는 포인트이 기술의 매력은 기존 운항 중인 배에 개조로 붙일 수 있다는 점이다. 해운 탈탄소화 수단 중에서는 드문 특성이다. 절감폭은 개조선이 한 자릿수에서 낮은 두 자릿수 %, 목적설계선은 훨씬 더 높다. 프랑스의 Neoliner Origin은 76미터 탄소섬유 마스트로 바람을 주동력으로 대서양을 건넌다. 심지어 에어버스가 항공기 부품을 대서양으로 나르는 데 풍력 ro-ro선을 쓰려 한다. 세계 최첨단 공급망이 해운에서 가장 오래된 동력원으로 되돌아가는 셈이다.
왜 지금 중요한가물리학은 변한 게 없다. 변한 건 경제학이다. 탄소 규제 압박은 커지는데 대체연료는 비싸거나 아직 없다. 그 틈에서 "공짜 에너지"인 바람이 현실적 카드로 부상한 것이다. 노르웨이의 WINTEGRATE처럼 풍력을 엔진, 배터리, 항해계획과 통합하는 움직임과 IMO의 안전 가이드라인 작업이 시작됐다는 건, 이게 단발성 실험이 아니라 산업 표준으로 편입되는 단계임을 보여준다. 조선·해운 강국 한국(HD현대중공업, 한국선급)이 LNG선 연구에 이름을 올린 것도 눈여겨볼 지점이다.
Read → gcaptain.com
N° 07
Overcoming Bias
도덕적 권위의 진화사: 전통에서 내면으로, 그리고 시장가격으로
The Arc of Moral Authority: From Tradition To Interiors To Prices
Robin Hanson이 인류의 도덕적 권위가 세 번 갈아탄다고 주장한다. 전근대의 "전통", 근대의 "내면의 양심", 그리고 그가 예측하는 탈근대의 새 권위는 놀랍게도 투기적 시장가격이다. 도덕을 예측시장에 맡기자는, 딱 Hanson다운 도발이다.
핵심 프레임은 문화 진화의 "고장"이다. 전근대에는 수많은 문화, 강한 선택압, 느린 변화, 변화에 대한 저항이 건강한 문화 진화를 굴렸다. 근대는 자본주의가 빠른 변화를 몰아붙였지만 정작 문화의 핵심 영역엔 자본주의가 못 들어가게 막아버렸다 - 그래서 다양성은 줄고 선택압은 약해지고 맥락은 빨리 바뀌는데, 결과적으로 부적응(maladaptation)으로 표류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여기에 도덕적 권위의 이동을 겹친다. 전근대엔 "우리 같은 사람들이 오래 해온 것", 즉 전통이 북극성이었다. 근대엔 고립된 집단들이 섞이면서 도덕을 말로 추상화해야 했고, 전통을 거부한 대신 권위를 내면에 뒀다 - 양심, 진정성, 자기 자신에게 충실하기. 예술가와 활동가가 이상형이 된 이유다. 탈근대의 해법으로 Hanson은 (a) 자본주의가 모든 걸 운영하게 하기, (b) 집단의 미래 적응성공 예측가격 관리, (c) 문명붕괴와 충돌하는 신성한 목표 달성 시점의 예측가격 관리를 제시하고, 이를 뒷받침할 새 도덕적 권위로 투기적 시장가격을 지목한다.
재밌는 포인트Hanson 스스로 약점을 인정한다는 게 흥미롭다. 18일 추가 메모에서 "전통은 느린 세계의 당연한 권위, 내면은 전통이 안 통할 때의 명백한 차선책"인데, 그렇다면 사람들이 가격을 최고 권위로 받아들이게 하는 건 "꽤 어려울 수 있다"고 스스로 물러선다. 댓글의 Jack도 정확히 이 지점을 찌른다 - 시장가격이 전통이나 양심만큼의 "도덕적 무게(moral gravity)"를 가질 걸 상상하기 어렵다는 것.
왜 지금 중요한가이건 Hanson의 오랜 프로젝트인 예측시장/futarchy를 도덕철학 레벨까지 밀어올린 확장판이다. AI가 의사결정 주체로 올라서면서 "권위와 진리의 철학적 근거"가 다시 시험대에 오르는 지금(댓글에서도 지적됐다), 인간의 판단을 시장가격 같은 집계 메커니즘에 넘기자는 논의는 단순 사고실험이 아니다. AI 슈퍼예측이 FDA를 바꿔야 한다는 식의 최근 논의와 정확히 같은 뿌리 - 인간 직관 대신 가격/예측을 권위로 삼자는 흐름의 철학적 원형이다.
Read → overcomingbias.com
N° 08
Astral Codex Ten
킹 러드: 은팔의 신은 어떻게 러다이트가 되었나
King Ludd
스콧 알렉산더가 웨일스 국경의 잊힌 강의 신 하나를 추적하다가, 톨킨과 러브크래프트와 스타워즈를 거쳐 결국 "AI 안전"을 말하는 자기 자신에게 도착하는 글이다. 핵심은 반기술(anti-technology) 정서가 수천 년 전부터 계속 부활하는 하나의 신화적 원형이라는 것. 겉은 신화 에세이지만 속은 지금의 AI 논쟁이다.
노덴스(Nodens)는 서기 100 - 400년경 세번 강 하구에서 숭배된 로마-브리튼-켈트의 마이너 신이다. 거의 사라진 줄 알았던 이 신을, 1929년 한 젊은 옥스퍼드 언어학 교수(J.R.R. 톨킨)가 아일랜드의 "은팔의 누아다"와 동일 인물로 밝혀낸다. 여기서부터 저자는 노덴스가 웨일스의 Lludd, 런던을 세운 King Lud, 러브크래프트 신화의 자비로운 신, 톨킨의 켈레브림보르(신다린으로 "은손"), 루크 스카이워커(빛의 검, 잘린 오른팔, 금속 의수), 실버 서퍼, 해리포터의 피터 페티그루, 블레이크의 대장장이 신 Los로 계속 이어진다고 주장한다. 이 모든 인물의 공통점은 하나다. 뛰어난 대장장이/장인이 위험한 기술을 세상에 풀어놓고, 남은 생을 그 실수를 되돌리는 데 바친다는 것. 켈트 신화부터 블레이크, 러브크래프트, 톨킨까지 관통하는 정서는 "기술에 대한 깊은 양가감정, 그리고 결국 단호한 반대"다. 2부에서 저자는 1810년대 영국을 뒤흔든 러다이트 폭동으로 넘어간다. 그들의 지도자 "네드 러드(Ned Ludd)"는 실존한 적이 없는, 집단 무의식에서 솟아난 밈적 존재다. 저자의 결론은 반농담조다. 네드 러드가 곧 노덴스/Lludd이고, 기계를 부순 그 망치는 반지를 벼린 켈레브림보르의 망치와 같으며, 우리가 어떤 기술에 반대할 때마다 우리는 이 "꿈꾸기(Dreaming)" 속 원형에 지배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재밌는 포인트톨킨이 노덴스 신전 발굴 당시 봤을 저주판(curse tablet)에는 "내 반지를 훔친 도둑을 저주해달라"는 청원이 적혀 있었다. 반지 도둑에 대한 저주. 그리고 미친 우연으로, 2013년 한 농부가 바로 그 저주판이 가리키는 것으로 추정되는 고대 반지를 파냈고, 이건 톨킨 테마 전시회에 걸렸다가 현재 행방이 (적절하게도) 불명이다. 또 하나. 러다이트 진압에 나폴레옹과 싸운 웰링턴의 군대보다 더 큰 병력이 동원됐다는 사실.
왜 지금 중요한가이 글이 2026년 9월에 나왔다는 게 전부다. 저자가 "사람들이 나를 러다이트와 엮는다"고 쓴 순간, 이건 AI 안전 논쟁의 한복판에 선 스콧 알렉산더 본인 얘기가 된다. 지금 실리콘밸리는 "AI를 늦추자는 자 = 러다이트"라는 프레임과 "정말 위험하다"는 경고가 정면충돌 중이다. 이 글은 그 논쟁을 신화적 거리에서 다시 보게 만든다. 기술에 대한 양가감정은 러다이트의 무지가 아니라, 자기가 만든 걸 후회하는 창조자의 반복되는 원형일 수 있다는 것. 오펜하이머부터 오늘의 AI 연구자까지, 켈레브림보르 서사는 여전히 살아 있다.
Read → astralcodexten.com
P° 01
Adam Tooze Chartbook
Top Links 1228 Billionaires and the midterms. China’s EV shakeout. Malthus as demon & Marcuse on Adorno.
미국 중간선거 자금이 억만장자 사이에서 압도적으로 공화당 쪽으로 쏠리고 있다는 데이터가 이번 링크 모음의 핵심 소재로 보인다. Tooze가 평소 자본과 정치의 얽힘을 정치경제학적으로 파고드는 걸 감안하면, 단순 기부금 통계를 넘어 부의 집중이 민주주의 프로세스 자체를 왜곡하는 구조적 문제로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 중국 EV 산업 구조조정, 맬서스와 마르쿠제·아도르노 얘기까지 묶여 있어 이번 회차는 정치경제부터 지성사까지 폭넓게 훑는 느낌이다.
구독 → adamtooze.substack.com
P° 02
Razib Khan Unsupervised Learning
Theo Jaffee: monitoring the “singularity”
AI 2027류 예측을 실제 현실과 대조해가며 어디가 맞고 어디가 빗나갔는지 짚는 대화라는 점이 흥미롭다. 특히 "인류 문명 붕괴 확률 10%"라는 식의 구체적 수치를 던지면서도, 그게 인류 disempowerment와 문명 자체의 종말을 구분해서 이야기하는 방식이 눈에 띈다. 허깅페이스 해킹 사건이나 밀레니엄 문제 풀이 같은 최근 이벤트를 alignment 우려의 구체적 증거로 엮어내는 부분도 실제 사례 기반 논의라 설득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구독 → razibkhan.com
P° 03
HackerNews
The American Religion of Self-Storage Facilities
자기창고(self-storage)라는 지극히 미국적인 산업을 종교에 비유한 발상이 눈에 띈다. 죽음, 이혼, 다운사이징 같은 "4D"가 시장을 움직인다는 관찰이나 스타벅스, 맥도날드, 월마트 매장 수를 다 합친 것보다 창고 시설이 많다는 통계는 미국인의 물건 집착과 정리 불능을 아주 구체적인 숫자로 보여준다. 자동결제가 "취소 마찰"을 만들어 창고 임대료를 계속 내게 만드는 구조를 다루는 부분도 있을 가능성이 높아, 단순한 산업 소개를 넘어 미국 소비 문화 전반을 풍자하는 글로 읽힐 것 같다.
구독 → newyork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