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ning Culture Digest

이브닝 컬처 다이제스트

2026년 5월 20일 수

01 RSS/IndieWire

Clockwork Is Cooking: WB Specialized Division Acquires Park Chan-wook’s Next Film with Matthew McConaughey, Austin Butler, and Pedro Pascal

워너 브라더스의 새 전문 배급사 Clockwork이 아직 단 한 편도 개봉하지 않았는데 벌써 업계 주목도 경쟁에서 압승을 거두고 있다.

먼저 CinemaCon에서 숀 베이커 신작 배급을 발표했고, 칸 클래식 섹션에 오르는 켄 러셀의 논란작 <악마들> 재개봉을 맡았으며, 이번엔 칸 마켓에서 가장 화려한 패키지 프로젝트를 낚아챘다. 박찬욱 감독의 서부극 <The Brigands of Rattlecreek>인데, 매튜 매커너히, 오스틴 버틀러, 페드로 파스칼에 <헤어질 결심>의 탕웨이까지 캐스팅된 작품이다. 올해 칸 심사위원장으로 있는 박 감독이 자기 영화 딜을 성사시킨 셈인데, 북미 판권이 중반 10대 million 단위로 거래됐다고 전해진다. 19세기 후반 무법 변경 지대를 배경으로 보안관과 낯선 이방인이 잔혹한 강도단을 추적하다 원주민 부족과 맞닥뜨리고 광기로 빠져드는 이야기로, <본 토마호크>의 크레이그 잘러가 쓴 각본을 박 감독이 다시 썼다. Clockwork을 이끄는 크리스천 파크스는 전 Neon 임원인데, 박찬욱의 전작 <No Other Choice>도 Neon이 배급해 전 세계에서 4천만 달러를 벌었으니 재회는 자연스럽다. 다만 그 영화가 오스카 후보에 오르지 못했던 만큼, 이번엔 메이저 스튜디오 마케팅 파워로 무엇을 해낼지 궁금하다. 2013년 <스토커> 이후 13년 만의 영어권 영화이기도 하고. 솔직히 Clockwork의 미래가 Paramount Skydance 합병 이후 워너 구조조정에 달려 있긴 하지만, 지금까지 짜온 라인업이 너무 인상적이라 버리기 아까울 것 같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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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RSS/IndieWire

‘Satire Gets Old Pretty Quickly’: Tim Heidecker Explains His Plan to Turn InfoWars Into a Comedy Institution That Lasts

�팀 하이데커가 InfoWars를 인수한다는 소식은 그 자체로 완벽한 농담처럼 들렸다.

알렉스 존스가 만든 음모론 제국을 풍자 매체 The Onion이 사들이고, 거기에 "Tim and Eric" 시리즈로 유명한 코미디언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앉힌다니. 근데 칸에서 열린 Future of Filmmaking 키노트에서 하이데커가 밝힌 계획은 단순한 패러디를 넘어선다. "풍자는 금방 질린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알렉스 존스 흉내를 몇 달 내고 나면, InfoWars를 완전히 다른 것으로 바꿀 생각이라고 했다. 2000년대 Adult Swim이나 Comedy Central이 했던 역할, 즉 신인 코미디언들이 실험하고 첫 프로젝트를 만드는 플랫폼으로 만들겠다는 것. "그가 성공하는 걸 혐오할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는 공간으로 전환한다는 표현이 인상적이다.

하이데커는 자신이 어떻게 경력을 쌓았는지 기억한다. Adult Swim의 Mike Lazzo 같은 사람이 명확한 감각을 갖고 개별 아티스트들을 밀어줬다고. 지금은 그런 플랫폼이 사라졌다는 게 그의 관찰이다. 케이블 방송사들은 모험을 멈췄고, 재능 있는 젊은이들은 인스타그램과 틱톡에서 "허공에서 빙빙 돈다." 그래서 InfoWars를 2006년 Adult Swim 같은 곳으로 되돌리겠다는 발상. 음모론의 폐허 위에 실험적 코미디 생태계를 세운다는 건 솔직히 시적이기도 하고 약간 미친 짓이기도 하다. 하이데커는 "현실을 구축하는 작업이 코미디에서 중요하다"고 말했는데, 그가 연기하는 캐릭터들처럼 틀렸지만 확신에 찬 태도로 이 프로젝트를 밀고 나가는 모습이 묘하게 설득력 있다. 결국 가장 좋은 풍자는 대상을 계속 놀리는 게 아니라 그 자리를 완전히 다른 것으로 덮어버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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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RSS/Aftermath

Gabe Newell Is Out Here Turning A 304-Foot-Long Luxury Yacht Into A 'Support And Research Vessel'

게이브 뉴웰이 92미터짜리 럭셔리 요트를 해양 연구 지원선으로 개조했다는 소식인데, 그냥 인테리어 바꾼 수준이 아니다.

헬리패드를 뜯어내고 12.6톤급 지브 크레인을 설치했고, 비치 클럽과 스파가 있던 자리엔 감압 챔버를 갖춘 다이브 센터가 들어갔다. 메인 데크 살롱은 선원 식당이 됐다. 이 배 Draak은 이제 뉴웰 소유의 심해 연구 회사 Inkfish의 111미터 모선 Leviathan을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추가 크루와 다이버들을 태우고, 장비를 옮기고, 다이빙 작전을 선행 배치하는 식이다. 모선에서 하기엔 시끄럽고 지저분한 일들을 전담하는 셈이다.

Aftermath의 루크 플런켓은 이걸 "de-yachting", 즉 탈요트화라고 불렀는데 꽤 정확한 표현이다. 세상에 요트는 하나 줄고 과학 선박은 하나 늘었으니까. 물론 뉴웰이 개조 작업을 맡긴 조선사 Oceanco 자체가 그의 소유다. 스팀에서 매 거래마다 30%를 떼가며 쌓은 돈으로 조선소를 사서 자기 요트를 연구선으로 개조한다는 건 어떻게 봐도 억만장자 특권이다. 플런켓도 "좋은 억만장자는 없다. 아무도 그만큼의 돈이 필요하지 않으니까"라고 못박았다.

그래도 2026년 억만장자 스펙트럼에서 보자면 흥미로운 위치긴 하다. 일론 머스크가 민주주의를 해체하고 제프 베이조스가 AI 데이터 센터에 돈을 쏟아붓는 동안, 뉴웰은 자기 취미인 심해 탐사에 개인 재산을 투입하고 있다. 그가 소유한 잠수정 DSV Bakunawa는 2023년 타이탄호 잠수정 참사 때 잔해에 도달할 수 있는 유일한 유인 잠수정이었다. 칭찬할 일은 아니지만 적어도 벙커 파거나 기계에 우리를 먹이는 쪽은 아니라는 게 플런켓의 결론이다. 솔직히 억만장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이 "그냥 자기 좋아하는 거 하기"라는 게 씁쓸하긴 하지만, 현실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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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RSS/Eurogamer

As Steam early access sensation Far Far West sells over 1 million copies in three weeks, publisher Fireshine Games rejects generative AI

스팀 얼리액세스로 출시 3주 만에 100만 장을 넘긴 Far Far West의 성공 뒤에는 퍼블리셔 Fireshine Games의 명확한 선 긋기가 있었다.

CEO 브라이언 풋은 GamesIndustry.biz와의 인터뷰에서 "생성형 AI나 생성형 아트에 의존하는 파트너와는 협업하지 않는다"고 밝혔는데, 이건 단순한 방침이 아니라 "명확한 레드라인"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솔직히 요즘 게임 개발에서 AI 완전히 안 쓰긴 어렵다는 걸 그도 아는지라, 코드 자동완성이나 Word의 Copilot 같은 도구는 "완전히 다른 시나리오"라고 구분했다. 핵심은 게임의 본질적인 창작 과정에서 생성형 AI를 배제하는 거다. 플레이어들이 원하지도 않고 개발 커뮤니티에도 건강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근데 재밌는 건 이 입장이 나온 타이밍이다. Far Far West는 라이브 서비스도 아닌 심플한 SF 판타지 협동 슈터로 스팀 한정 얼리액세스임에도 폭발적 반응을 얻었는데, 개발사 Evil Raptor가 이제 막 시작 단계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 흥미롭다. 퍼블리셔가 AI 거부를 공개 선언한 건 단순히 윤리적 스탠스가 아니라 이 성공이 "사람이 만든 게임"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전략적 포지셔닝처럼 보인다. 실제로 업계는 아마존이 생성형 AI를 밀다 실패한 사례부터 "예비 작업"에 AI 쓴다는 애매한 변명까지, 매일같이 관련 뉴스가 쏟아지는 혼란 상태다. Fireshine은 Hooded Horse처럼 명확한 입장을 취한 쪽인데, 결국 이게 Far Far West 같은 성공과 연결되면서 "AI 없이도 된다"는 증명 사례가 돼버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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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RSS/Eurogamer

Lords of the Fallen 2 set to potentially release on Steam as developer CI Games and Epic terminate PC exclusivity deal

Lords of the Fallen 2가 2026년 출시를 앞두고 에픽게임즈와의 PC 독점 계약을 해지했다.

폴란드 매체 Bankier가 공개한 서류에 따르면, 개발사 CI Games는 "다년간의 독점 계약 의무에서 해방됐다"는 표현으로 계약 종료를 확인했다. 언리얼 엔진이나 다른 에픽 서비스와의 협력은 계속된다는 단서가 붙었지만, 법률 용어로 치장된 문서 어디에도 왜, 언제 이 결정이 내려졌는지는 나와 있지 않다. 결과적으로 이 다크 판타지 소울라이크는 이제 스팀에도 출시될 수 있게 됐다. 콘솔 버전은 애초에 영향권 밖이었다.

근데 이 게임은 최근 몇 달간 다른 이유로도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CI Games 창립자이자 CEO인 Marek Tyminski가 "정치적 올바름"과 "진짜 플레이어 피드백"을 언급하며 전작 대비 더 노출이 심한 여성 캐릭터 갑옷 세트를 공개했던 것. Eurogamer는 2023년 리부트작에 별 두 개를 줬다. "소울라이크 클리셰와 성능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는 평이었는데, 솔직히 그 게임이 시리즈 세 번째 작품이면서도 두 번째인 척하는 복잡한 넘버링 역사를 생각하면, 이번 독점 해제가 단순한 비즈니스 판단인지 더 큰 방향 전환의 신호인지 궁금해진다. 2026년 어딘가에서 답이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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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RSS/Aftermath

Google Unveils An Even Worse Search

구글이 25년 만에 최대 규모 검색창 업그레이드를 발표했다.

그런데 솔직히 누가 이걸 원했나 싶다. 화요일부터 순차적으로 롤아웃되는 새 검색 기능은 AI로 범벅이 됐다. 검색창 자체가 특정 질문에 반응해 커지면서 웹사이트 링크 대신 AI 생성 결과를 더 강하게 밀어낸다. 구글 검색 부문 VP 엘리자베스 리드는 "AI 기반 제안으로 질문을 구성하는 걸 돕는다"고 썼는데, 자동완성을 넘어선다는 표현이 무색하게 실제론 사용자가 시스템과 대화하는 법을 배울 기회를 빼앗는 꼴이다. The Verge에 따르면 여전히 "Web" 뷰에서 전통적인 링크를 볼 수는 있지만, 리드는 "AI Overviews와 AI Mode 사이의 마찰을 없애고 싶었다"며 대부분의 유저가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하지 않도록 만들었다고 말했다. 근데 이게 정말 편의일까. 블랙홀이 시공간에 미치는 영향을 묻자 웹사이트 대신 인터랙티브 그래픽이 뜨는 시연 영상을 보면, 정보의 출처와 맥락이 사라진 자리에 반짝이는 인터페이스만 남았다.

더 골치 아픈 건 이미지, 비디오, 파일로도 검색할 수 있고, AI 오버뷰에 추가 질문을 던지면 챗 페이지로 넘어간다는 점이다. 필자가 직접 테스트해보니 "show more"를 클릭하면 또 다른 검색창이 나타나고, 거기 질문을 입력하면 AI 모드로 전환된다. 개인화된 대화에는 출처 인용이 없고, "개인화 없이 시도하기"를 선택해야 겨우 링크를 얻을 수 있다. 그나마도 그 정보는 레딧에서 긁어온 것으로 밝혀졌다. Gmail이나 캘린더 같은 개인정보를 검색에 연결해 결과를 더 개인화할 수도 있다는데, 누가 그런 끔찍한 걸 원하겠나. 결국 구글은 수년간 매체들을 자사 변덕에 의존하게 만든 뒤, 이제는 트래픽조차 보내지 않고 자기 페이지에 사용자를 붙들어두는 쪽을 택했다. 정보를 만든 창작자들은 이미 받던 것보다 더 적게 받게 되고, 그 모든 게 결국 열 명쯤 되는 사람들에게 이익이 되는 가상의 AI 미래를 위한 것이다.

문서정보학 학위를 가진 필자로서 한마디 보태자면, 검색 도구를 AI로 채우는 건 일반 사람들의 정보 탐색 능력에도 해롭다. 새로운 도서관 카탈로그나 업무 데이터베이스, 구글의 불리언 연산자를 익히는 건 모두 도전이지만, 시스템의 언어로 말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에서 우리는 그걸 만든 사람들의 구조와 세계관, 우선순위를 이해하게 된다. 결과를 살펴보는 과정은 비판적 사고를 가르친다. 내가 찾는 게 맞나, 신뢰할 만한가, 어떤 정보와 연결되나. 구글 검색은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처음으로 정보 탐색 기술을 실험하고 키우는 곳일 텐데, AI 요약을 떠먹여주며 정보 출처를 가리거나 우회하는 건 편리해 보일지 몰라도 AI에 집착하는 세상에서 더욱 필요한 정보 문해력을 기를 기회를 빼앗는 것이다. 근처 커피숍이나 10년 전 읽은 기사를 찾으려는 평범한 사람에게 이건 그냥 더 많은 AI 쓰레기와 씨름해야 한다는 뜻이다. AI 버블이 빨리 터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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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RSS/Dazed

How did protein become a meme, and are we all in on the joke?

단백질이 밈이 된 건 어쩌면 예정된 수순이었다.

2022년쯤부터 웰니스 문화가 메인스트림으로 번지면서 마그네슘 보충제, 섬유질 식품을 거쳐 단백질이 트렌드 사이클의 한복판에 안착했고, 이제는 클로이 카다시안이 단백질 팝콘 브랜드를 론칭하고 바에선 고단백 칵테일을 내놓는 시대다. 2025년 연구에 따르면 Z세대 성인 3명 중 2명이 고단백 식단을 따른다고 답했다. 근데 지금 우리 피드를 채우는 건 "첫 단백질 담배는 대박일 거야", "이중 문자에 단백질은 몇 그램?"같은 농담들이다. 032c는 "PROTEIN" 로고 후디를 만들었고, 뎀나의 구찌 데뷔쇼에선 근육질 모델이 워킹하며 보그로부터 "단백질 시크"라는 별명을 얻었다. 단백질은 이제 스스로의 패러디가 됐다.

밈이 됐다는 건 끝났다는 뜻이 아니라 오히려 행동양식이 완전히 내재화됐다는 신호다. 영양사 제시카 샨드의 말처럼 단백질은 "그램, 목표치, 고단백 라벨처럼 측정 가능하고 시각화하기 쉬워서" 소셜미디어와 식품 브랜딩에 이상적이다. 섬유질도 비슷한 조짐을 보이지만 단백질만큼 즉각적이고 측정 가능한 느낌을 주진 못한다. 문제는 이 집착이 건강에서 정체성 마커로 넘어가는 지점이다. "성인이 되어 단백질 먹으라는 또래 압박이 10대 때 약물 권유보다 심했다"는 틱톡 영상은 830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단백질 중심 식단은 종종 육식 위주로 흐르는데, 붉은 고기와 가공육은 LDL 콜레스테롤과 혈압을 높일 수 있다. 씨앗과 견과류 같은 식물성 단백질은 섬유질도 풍부하지만, 고기 접시만큼의 과시 효과는 없다. 결국 우리는 수면, 혈당, 단백질까지 모든 걸 추적하고 최적화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고, 단백질은 그중에서도 유독 덧셈의 언어로 포장된다. "추가 단백질", "gains"처럼. 밈은 우리가 얼마나 집착하게 됐는지를 인정하는 문화적 자기인식이자, 이 고정관념을 소화하는 방식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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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RSS/Stereogum

Billy Joel Denies Rights For New Biopic, Calls It “Legally And Professionally Misguided”

빌리 조엘이 자신의 젊은 시절을 다룰 전기영화 제작을 정면으로 거부했다.

문제의 영화 Billy & Me는 조엘이 솔로로 유명해지기 전 사이키델릭 록 듀오 Attila 시절, 그러니까 밴드 동료 존 스몰의 아내를 사랑하게 되고 두 번이나 자살을 시도한 뒤 결국 스몰과 화해하고 그 아내와 재결합까지 하는 그 드라마틱한 순간들을 담으려 한다. 제작진은 조엘 본인이 아니라 존 스몰과 첫 매니저 어윈 마주르의 초상권을 확보했고, 영화는 매니저 시점에서 전개될 예정이다. 조엘 측은 "2021년부터 그들이 빌리 조엘의 생애 권리를 갖고 있지 않으며 음악 권리도 확보할 수 없다고 공식 통보했다"며 "법적으로도 전문적으로도 잘못된 시도"라고 일축했다.

감독은 보헤미안 랩소디Michael 같은 음악 전기영화들을 편집한 존 오트먼인데, 솔직히 이 이력이 안심을 주지는 않는다. 영화는 "Piano Man" 발매 전까지만 다룬다고 하니 조엘의 돌파구 순간은 아예 빠지는 셈이다. 매니저 시점에서 음악가의 젊은 시절을 그린다는 설정, 정작 본인은 권리도 안 준 상태로 올 가을 뉴욕과 위니펙에서 촬영 예정이라는 이 모든 요소가 합쳐지면 뭔가 어색한 그림이 나온다. 근데 어쩌면 그게 또 흥행할 수도 있다는 게 요즘 전기영화 시장의 아이러니다. 한편 오늘은 빌리 조엘의 앨범 Turnstiles 발매 50주년이다. "New York State Of Mind"가 태어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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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RSS/Dazed

Inside KUTT, the cult lesbian 00s magazine

2002년, 브뤼셀의 한 바에서 취한 채로 나온 농담이 실제로 잡지가 됐다.

BUTT 매거진을 막 론칭한 편집자들과 술을 마시던 제시카 기셀이 "레즈비언 버전도 만들자"고 던진 말이 그대로 현실이 된 것. 그렇게 탄생한 KUTT는 2002년에서 2003년 사이 단 세 호만 발행됐지만, 지금은 구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컬트 다이크 진이 됐다. 클로이 세비니, 아일린 마일스, 케이트 하디, 피치스 같은 이름들이 표지를 장식했고, 라이언 맥긴리, 콜리어 쇼어, 비비안 사센 같은 사진가들이 시그니처 라일락 페이지를 채웠다. 마일스의 표현대로 "당시 새로운 세대 레즈비언들이 얼마나 쿨했는지에 대한 증거"였던 셈이다. IDEA 북스가 이제 세 호를 한 권으로 복각 출간하는데, 공동 창립자 데이비드 오웬은 "IDEA가 다룬 모든 희귀 절판본 중 KUTT가 가장 인기 있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원본을 살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잡지 이름은 네덜란드어 "kut(여성 성기)"에서 따왔다. 저녁 식사 자리에서 나온 아이디어였는데, 지금 보면 페미니스트 재전유의 선구적 사례처럼 느껴진다. 사진가 마르티엔 멀더는 "BUTT와 KUTT는 방어적 선언이 아니라 '이게 우리고, 우리가 사랑하는 것이고, 우리가 섹스하는 방식이고, 우리가 대화하는 내용'이라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시각적으로는 난 골딘과 코린 데이 같은 사진가들의 직설적이고 꾸밈없는 스타일을 따랐다. 멀더는 "그냥 나와 카메라, 그리고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었다고 회상한다. 당시는 커리어 초반이라 다르게 할 줄도 몰랐고, 대형 촬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몰랐다는 게 솔직한 고백이다. 세비니가 기억하는 촬영은 "그냥 담배 피우면서 아주 캐주얼했다". 그녀의 후디는 당시 유니폼이었고, 더 스미스의 45rpm 싱글은 "더럽고 얼룩진" 소파를 침대보로 덮은 아파트를 꾸미려는 시도였다. 세심하게 계획되거나 이미지를 보호하는 팀이 동원된 게 아니었다. "피사체와 대화하고, 기록하고, 그대로 적었다"고 멀더는 말한다. "다듬기 같은 건 없었다."

대부분의 촬영은 같은 사회적 세계 안에서 나왔다. 맥긴리의 Lizzy the Lezzy 시리즈는 가수 겸 모델 리시 트룰리를 친구들끼리 카메라 앞에서 노는 느낌으로 포착했다. 맥긴리는 트룰리를 "다운타운에서 가장 천사 같은 게이 걸 중 하나"로 기억한다. 둘은 대학 동기였고 20년이 지난 지금도 가깝다. "우리는 뉴욕 나이트라이프를 사랑하는 예술적이고 패셔너블한 퀴어 키즈들이었다. 이스트 빌리지 애비뉴 A를 따라 게이 바 크롤을 했고, The Cock이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바였다. 그래피티를 쓰는 친구들이 바텐더였고 퀴어 여자친구들이 DJ를 했다." 그들은 화장실에 미니 트램펄린을 설치했고, 리시가 형광등 아래에서 한 시간 동안 점프했다. "몇 달 후 KUTT에 실렸고, 그녀는 인터넷 이전 시대에 레즈비언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콜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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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RSS/Aftermath

We Don't Talk Enough About The Aftermath Of Death Note

데스노트를 추억하는 사람들은 대개 라이토와 L의 두뇌 싸움, 그러니까 그 치밀한 캣-앤-마우스 게임 자체에 집중한다.

근데 솔직히 이 작품의 진짜 섬뜩한 지점은 엔딩 이후에 있다. 라이토 야가미는 결국 개처럼 죽는다—만화에서든 애니에서든—류크가 그의 이름을 데스노트에 적고 끝. 그런데 그가 죽었다고 해서 그의 영향력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만화 마지막 장면은 절벽 위에 모인 키라 신봉자들이 촛불을 들고 "우리의 구원자 키라"에게 기도하는 모습으로 끝난다. 아기를 안고, 염주를 쥐고, 그의 재림을 바라면서. 라이토는 죽었지만 그가 심은 독은 세상에 그대로 남았다. 이게 바로 Lord Acton의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는 말이 현실화된 순간이다.

라이토는 천재가 아니라 그냥 인정받고 싶어 환장한 모범생이었다. 그는 자기 기억을 지우는 5차원 체스를 두고, 자기 아버지를 죽게 내버려 두고, 여동생은 가족이 무너지는 걸 보며 겉치레 위로만 받는다. 미사 아마네는 그를 위해 두 번이나 수명을 반으로 줄였고, 공식 가이드북에 따르면 라이토 사후 1년 뒤인 27세, 발렌타인데이에 죽는다. 그가 건드린 모든 사람은 파괴됐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L이 이끈 태스크포스가 간신히 승리를 거뒀음에도 라이토의 이념은 살아남았다. 포스트 시리즈 원샷에서 실제 세계 지도자들이 데스노트를 두고 입찰 경쟁을 벌이며 라이토와 똑같은 논리를 내세우는 장면은 그래서 오싹하다. 다행히 마르크스주의자 킹 미노루 타나카가 등장해 데스노트의 힘을 포기하지만, 그 전까지 라이토는 사실상 컬트를 만들어낸 사기꾼이자 독재자로 역사에 남은 셈이다.

데스노트는 단순한 추리물이 아니라, 자기도취에 빠진 사기꾼이 어떻게 죽어서도 세상을 오염시키는지를 보여주는 경고다. 거의 20년이 지난 지금도, 그 연쇄적 파괴의 스케일은 여전히 무겁게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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