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ning Culture Digest

이브닝 컬처 다이제스트

2026년 5월 22일 금

01 RSS/IndieWire

To Financiers, Films Are No Longer the Product. Relationships with Audiences Are

칸 영화제 아메리칸 파빌리온에서 열린 파이낸싱 패널의 제목부터 심상찮았다.

"이건 평범한 '영화 파이낸싱 어떻게 하나요?' 패널이 아닙니다"라는 사회자의 발언처럼, IPR.VC의 Tanu-Matti Tuominen, 5&2 Studios의 Mark Sourian, Oval 5의 Crystine Zhang은 각자 전혀 다른 방식으로 스토리텔링에 돈을 대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건 명확했다. 이제 투자자들은 개별 영화의 예술적 완성도를 보지 않는다. 그들이 사는 건 관객과의 관계다. Tuominen은 "우리가 협업하고 싶은 스튜디오들, A24나 mk2 같은 곳들은 테이스트메이커죠. 그들은 관객과 관계가 있어요. 누가 자기들 팬인지, 누구를 위해 콘텐츠를 만드는지 알고 있죠"라고 설명했다. 그의 회사는 독립 스튜디오 슬레이트에 투자하는데, 그들의 역할은 "스튜디오가 콘텐츠 소유권을 유지하도록 돕는 것"이다. 영화 자체가 아니라 스튜디오와 관객 사이의 신뢰 관계에 베팅하는 셈이다.

근데 이 혼돈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Sourian은 10년 전만 해도 영화나 시리즈를 만들려면 메인스트림 네트워크나 스튜디오가 필수였지만, 유튜브와 인터넷 덕분에 "이런 거대한 일체형 회사들이 이제 필요 없다"고 말했다. 전통적 게이트키퍼를 우회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단, 조건이 있다. 자기 관객을 직접 데려올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결국 권력의 축이 이동한 건데, 스튜디오 임원의 취향에서 팬덤의 존재로 옮겨간 셈이다. 솔직히 이게 더 민주적인지 아니면 그냥 다른 형태의 게이트키핑인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이제 자기 관객이 누군지 먼저 증명해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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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RSS/IndieWire

With ‘Clarissa,’ Two Nigerian Brothers Are Forging an Arthouse Alternative to Nollywood

나이지리아 쌍둥이 형제 Chuko Esiri와 Arie Esiri가 칸에서 두 번째 작품 "Clarissa"를 공개했다.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을 느슨하게 각색한 이 영화는 나이지리아 영화로서는 두 번째 칸 진출이다. 작년 Akinola Davies Jr의 "My Father's Shadow"에 이어서. 근데 이 형제의 진짜 야심은 영화 한 편이 아니라 나이지리아 아트하우스 영화라는 새로운 웨이브를 만드는 것이다. 둘 다 뉴욕과 파리에서 교육받고 해외 커리어를 쫓던 사람들인데, 2020년 데뷔작 "Eyimofe"를 만들면서 고국으로 돌아왔다. Chuko가 뉴욕에서 나이지리아로 돌아와 국민복무를 하면서 "내가 원하는 건 아무리 어려워 보여도 바로 앞에 있을지 모른다"는 걸 깨달았다고. 두 영화 모두 나이지리아 기업과 기관이 전액 투자했다는 게 이들에겐 영화 자체만큼이나 큰 성취다. 투자자 중 한 곳은 신문사였는데, 미디어 사업 진출을 원했고, 형제의 작은 영화가 페스티벌 순회로 30개 시장에 노출됐다. 이번엔 Neon이 촬영 전부터 배급 계약을 맺었다.

Nollywood는 연간 수천 편을 쏟아내는 성공적인 산업이지만 Esiri 형제와는 정반대 방향이다. 대부분 직접 스트리밍용으로, 코미디와 종교를 섞은 과장된 멜로드라마로 현실을 탈출하는 데 집중한다. Arie는 "Nollywood를 산업이 아니라 장르로 본다"고 말한다. 건강한 산업이라면 모든 유형의 영화작가를 포용해야 하는데, Nollywood는 자기들만의 관심사가 있고 그건 형제가 관여하고 싶은 게 아니라는 것. 이들은 오히려 Mahamat-Saleh Haroun이나 Ousmane Sembène 같은 아프리카 아트하우스 전통에 가깝다. 어릴 때 본 첫 아프리카 아트하우스 영화가 2006년 "Daratt"였고, 당시엔 Sembène 같은 거장의 작품조차 쉽게 볼 수 없었다. 롤모델이 없으니 해외로 나가는 게 당연했다. 지금은 다르다. 나이지리아에서 단편 영화를 위한 페스티벌이 시작됐고, 인터넷과 스트리밍 덕분에 젊은 감독들이 온갖 영화에 노출된다. Chuko는 "우리 뒤 세대 영화작가들"이 뭔가 다른 걸 만들고 있다고 본다. 솔직히 한 나라에서 두 편의 칸 진출작이 연속으로 나왔다는 건 우연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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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RSS/Eurogamer

PlayStation's dynamic pricing experiment, and Sony's lack of transparency about it, reportedly might violate European law

소니가 플레이스테이션 스토어에서 돌리고 있는 동적 가격 실험이 유럽 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덴마크 매체 Arkaden이 여러 법률 전문가에게 물어본 결과, 문제는 개인화 가격 자체가 아니라 그 사실을 고지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EU 소비자권리지침 2011/83/EU는 개인화 가격을 사용할 경우 명확하고 이해 가능한 방식으로 이를 알려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소니는 엄밀히 말하면 개인 맞춤이 아니라 "세그먼트" 가격이라고 변명할 여지가 있지만—로그인/로그아웃 여부에 따라 가격을 다르게 보여주는 식—전문가들은 그래도 법 적용 대상이라고 봤다. 올덴부르크대 Peter Rott 교수는 "당신이 누구냐에 따라 특정 가격이 제시된다면, 추적 여부나 세그먼트 배치 방식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22년부터 Xbox에서 개인화 가격을 쓰고 있지만 "Just for You" 섹션으로 명시한다. 차이는 거기서 갈렸다.

설령 소니가 법을 어겼다 해도 실질적 타격은 크지 않을 수 있다. 코펜하겐대 Christian Bergqvist 교수는 "최악의 경우 벌금"이라며 "소니 규모의 기업에겐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맥락은 무시할 수 없다. 소니는 현재 영국에서 플레이스테이션 스토어의 독점적 가격 책정과 부풀려진 게임 가격으로 약 20억 파운드 규모의 소송에 휘말려 있다. 에픽이 애플을 상대로 또 한 번 승리를 거두고 구글이 수수료를 20퍼센트 수준으로 낮추는 상황에서, 30퍼센트를 고수하던 플랫폼 홀더의 "표준"은 점점 방어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투명성 부족은 단순한 법적 실수가 아니라 압박받는 비즈니스 모델의 증상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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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RSS/Aftermath

Bungie Ending Support For Destiny 2 Marks The End Of An Era

2017년 9월 출시 이래 거의 10년간 살아 숨쉬던 세계가 6월 9일을 기점으로 정지한다.

Bungie가 Destiny 2의 마지막 라이브 서비스 업데이트를 발표했다. 게임 자체는 초대 Destiny처럼 계속 플레이 가능하겠지만, 새로운 로어도 루트도 시크릿도 더 이상 없다. Monument of Triumph이라는 이름의 최종 업데이트에는 플레이어들이 오래 요청했던 Director 복귀와 Sparrow Racing League 상설화 같은 변화가 담긴다. 반가운 소식이지만, 동시에 이 세계가 "최종 형태"에 도달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필자 Gita Jackson은 이 게임 덕분에 친구들과 매주 Discord로 게임하기 시작했고, Raid Ring을 얻을 만큼 클리어를 쌓았다. 당시엔 너무 가난해서 Bungie 스토어에서 실물 반지를 사지 못했지만, 그런 수준의 엔드게임 콘텐츠에 몰입한 건 생애 처음이었다. Destiny 2는 그의 삶에 그렇게 엮여 들어갔다.

물론 순탄한 여정은 아니었다. 2020년 Bungie는 베이스 게임 스토리와 처음 네 확장팩을 게임에서 삭제했고, 지금은 초대작처럼 스토리를 처음부터 끝까지 플레이하는 게 불가능하다. 비즈니스 역사도 험난했다. 2000년 Microsoft 인수, 2007년 독립 후 Activision과 10년 계약, 2019년 다시 독립, 2022년 Sony 인수. 그 사이 2023년엔 8%, 2024년엔 17%의 인력 감축이 있었다. 당시 CEO Pete Parsons는 "과도한 야심"과 "경제 둔화", 그리고 확장팩 Lightfall의 품질 실패를 언급했다. IGN 보도에 따르면 2024년 스튜디오 분위기는 최악이었고, 한 소스는 "20년 넘게 있던 가장 지식 많고 사랑받던 사람들을 잃었다. 매일 나나 내 친구가 다음 차례일까 두려워하며 출근한다"고 말했다. Parsons는 2025년 CEO직에서 물러났다.

새 프로젝트 Marathon은 충성 팬층을 확보했지만 역시 개발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초기 반응이 엇갈린 데다 일부 아트 에셋이 원작자로부터 도용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2025년 6월 출시가 연기됐다. 그래도 6월 2일 시즌 2가 시작되고 PVE, PVP-lite 같은 새 모드를 테스트한다고 한다. Destiny 3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고, Light and Darkness Saga의 서사적 loose end는 여전히 남아 있다. 하지만 플레이어로서 이건 진짜 엔딩처럼 느껴진다. 발표 글을 보고 눈물을 참아야 했다고 필자는 쓴다.

그러면서도 이 엔딩을 작은 승리로 보는 마음도 있다. 최근 몇 년 라이브 서비스 슈터 업계는 험난했다. Concord, Highguard, Last Flag 같은 게임들은 제대로 시작하기도 전에 지원이 종료됐다. 그 관점에서 보면 10년은 기적이다. 갑자기 뽑히는 대신 정리하며 마무리할 수 있다는 건 축복이다. 2024년 6월 확장팩 The Final Shape로 가디언들이 Darkness를 물리친 뒤, 사실 끝은 예견돼 있었다. Bungie가 그 스토리를 완결하고 cliffhanger로 남기지 않은 게 다행이다. 그래도 여전히 애도 중이다. 어젯밤 필자는 Amazon에서 20달러에 세일하는 The Crow 피규어를 발견해 냉큼 샀고, YouTuber My Name Is Byf의 로어 영상을 보며 추억 여행을 떠났다. 팬 제작 로어 아카이브 The Ishtar Collective를 뒤적이다 잠들었다. Light and Darkness Saga는 빛이 어둠을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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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RSS/Aftermath

Forza Horizon 6 Is A Difficult Game To Be Around

Forza Horizon 6가 일본을 배경으로 삼았을 때 많은 이들이 최악을 예상했다.

서양 스튜디오가 일본을 다루면 벚꽃 아래 펼쳐지는 레이스, 샤미센 비트, 어설픈 일본어로 점철된 인종차별 직전의 결과물이 나오기 십상이니까. 그런데 Playground Games는 숙제를 제대로 해왔다. 도쿄 거리의 재현, 시부야 교차로 같은 랜드마크, 그리고 무엇보다 일본 드라이빙의 실제 아이콘인 잔혹하고 우뚝 솟은 콘크리트 고속도로를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담아냈다. 야쿠자 시리즈 밖에서 이만큼 진정성 있는 가상 관광 경험을 찾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스노우글로브 속 캐리커처 같은 접근이지만, 각 테마 스테이지는 놀랍도록 그럴듯하다.

문제는 그 위에 얹어진 게임 세계다. Forza Horizon 6는 전작들처럼 그냥 운전만 하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Horizon Festival'이라는 허구의 축제가 게임 전체를 지배한다. 컷신부터 라디오 방송, 참여하는 모든 이벤트까지. 이건 피할 수 없고, 참을 수 없다. Glastonbury가 Disney Plus 협찬을 받는 세계를 상상해보라. LinkedIn 게시물로 요약한 Fast & Furious다. 보험회사의 Super Bowl 광고가 묘사하는 Tokyo Drift다. 에너지 드링크가 지배하는 문화를 AI가 근사해낸 결과물이다. 게임 속 모든 캐릭터 - 라디오 DJ부터 플레이어 캐릭터의 친구들까지 - 가 심각하게 짜증난다. 모든 라디오 방송은 육체적 고통을 유발하는 '농담'으로 가득하고, 모든 컷신은 일본을 마치 문화 순례지처럼 대하지 그냥 차를 몰러 온 나라로 취급하지 않는다. PC Gamer 리뷰가 말했듯 "이 시리즈에는 캐릭터가 없다, 무의미한 잡담의 전달 메커니즘만 있을 뿐이다."

정신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정말 빌어먹게 잘 만든 드라이빙 게임을 계속 즐기기 위해 필자는 끌 수 있는 건 다 끄고 플레이하기 시작했다. 혼자가 아니다. 게임 내 대화를 음소거하는 방법만 다루는 블로그가 따로 있을 정도다. 이 모든 쓰레기가 동시에 이렇게 형편없으면서도 경험의 핵심으로 간주된다는 게 놀랍다. 솔직히 Gran Turismo 7의 설정에 더 애정이 간다. GT7의 캐릭터는 정적인 프로필 사진이고, 게임 세계는 메뉴 화면이다. 이건 드라이빙 게임이다! 이런 것들은 필요 없다! 더트 랠리 트랙에서 차 바퀴가 미끄러지며 자갈이 문짝에 부딪히는 소리를 들을 때, 슈퍼카가 출발선에서 폭발하며 시야를 일시적으로 지평선 너머로 보낼 때, 게임이 당신을 경사로나 절벽에서 쏘아 올려 윙수트를 입은 사람처럼 트랙을 가로질러 날게 할 때 - 이 모든 게 너무 좋다가도 3초 후 어떤 멍청이가 라디오에 나와서 기분 좋은 zone에서 단번에 끌어내린다.

다행히 이것들 중 일부는 끌 수 있다. 환상적인 드라이빙 게임이 여기 있다. S급 비주얼과 사운드 작업, 세계에서 가장 명망 있는 럭셔리 자동차 제조사들의 참여가 있는 게임이다. 평화롭게 즐길 수만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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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RSS/Highsnobiety

WTF Is Pop Luxury? Let Louis Vuitton Explain

루이비통 크루즈 2027 쇼가 끝나고 나서 브랜드가 보낸 이메일에 이런 문장이 있었다.

"팝 아트, 팝 컬처, 그리고 팝 럭셔리: 대중적인 것의 강력한 매개체로서의 개념." 팝 아트는 당연했다. 키스 해링이 1984년에 낙서한 LV 트렁크(2020년에 35,075달러에 팔렸다)에서 영감을 받은 협업이니까. 팝 컬처도 이해 간다. 일상의 것들, 팝 아트를 만드는 재료들. 근데 팝 럭셔리? 그게 뭔데? 어떻게 보면 모순이다. 대중적이고 저급하고 많은 사람이 즐기는 것이 동시에 럭셔리—비싸고 접근 불가능한—일 수는 없잖아.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지금 LV 같은 하우스나 패션계 전체를 설명할 더 나은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하이 패션은 이미 대중문화가 됐다. 시즌 쇼는 메이저 프로덕션이고 럭셔리 브랜드는 누구나 아는 이름이다. 루이비통은(스와로브스키 CEO의 의도치 않은 도움도 좀 받았지만) 이 광범위한 주류 명성을 압축할 완벽한 표현을 찾아낸 셈이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니콜라 제스키에르의 이번 컬렉션은 팝 럭셔리 선언문 같았다. 14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희귀 유물과 거장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오래된 갤러리 프릭 컬렉션을 빌려서, 스와치나 H&M과도 협업한 적 있는 상업적으로 검증된 키스 해링의 팝 아트를 걸었다. 칼 라거펠트가 만든 LV의 가장 키치한 액세서리 중 하나인 권투 글러브를 부활시켰고, 대부분의 룩은 나이키 폼포짓을 럭셔리하게 재해석한 것 같은 물결 모양 스니커즈로 마무리했다. 크루즈 2027은 대부분의 팝 아트처럼 밝은 색상들의 대량 충돌이었다. 거대한 프릴 칼라나 스트랩으로 뒤덮인 날카롭게 재단된 가죽 재킷 같은 사치스러운 것들도 있었지만, 루이비통은 동시에 "실제 옷장의 반영"이라고 부르는 팝 컬처적인 것들도 강조했다. 청바지, 스포티한 애슬레저, 가죽 모토 재킷. 결국 이게 팝 럭셔리다. 비싸지만 친숙하고, 고급스럽지만 대중적이고, 갤러리에 걸리지만 스트리트에서도 입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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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RSS/Dazed

Sulfur Surfer: 5 esoteric influences on Bladee’s new album

Bladee의 여덟 번째 솔로 앨범 Sulfur Surfer는 프레스 릴리스부터 범상치 않았다.

"잔혹한 연민에 둘러싸여 그는 신성한 하와이 미션을 시작한다"는 문장을 읽는 순간, 이건 보통 일이 아니겠다 싶었다고 Dazed 필자는 고백한다. Drain Gang의 중심인물 Bladee는 늘 인터넷 로어를 음악에 끌어들였지만, 이번엔 차원이 달랐다. 2024년 팬들의 사랑을 받은 Cold Visions의 후속작이지만, "I Don't Like People"같은 캐치한 트랙은 없다. 대신 Whitearmor가 전곡을 프로듀싱한 EDM 사운드스케이프 위에 로어로 빽빽한 가사가 펼�첐진다. 만화경 같은 신스, 종말론적 베이스, 가끔 끼어드는 트랩 킥. 46분 러닝타임 내내 유일한 게스트는 영국 둠 포크 밴드 Current93뿐이다—Drain Gang과 난해함을 겨룰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그룹이랄까. 반지의 제왕, 드래곤볼Z, 메리 포핀스, 기독교 신비주의를 뒤섞은 이 앨범은 선과 악, 허무와 희망, 환상과 현실이 뒤엉킨 Bladee만의 포스트모던 우주다.

가장 큰 레퍼런스는 성 조지와 용 전설이다. 2025년 Pitchfork 커버스토리에서 Bladee는 "성 조지를 써서 음악을 만들려 한다, 용을 죽이는 그 사람"이라 힌트를 던졌고, 곧 STE The Beautiful Martyr 1st Attempt EP를 냈다. Sulfur Surfer 전체에도 그 흔적이 널렸다. "Highland Tyrant"에선 자신을 성 조지라 부르고, 앨범 곳곳에서 "검은 용"을 죽인다는 표현이 반복된다. 이 싸움은 어느 정도 정신 건강과 약물 문제를 상징하는 듯하다—Cold Visions의 핵심 주제였던. "Versailles Flow"에선 용의 "독"이 마음을 오염시킨다고 한탄하며 "Ste 순교자, 밤에도 늘 행복해"라고 다짐한다. 원래 성 조지 신화에서도 용은 죄의 알레고리로 해석됐다. 근데 여기엔 외부적 차원도 있는 것 같다—썩은 유황 호수에서 소셜 미디어와 물질주의에 대한 집착을 상징하는 듯한 "The Dark Mirror"까지. 타이틀 트랙에서 Bladee는 선언한다. "고통을 다시 초월하는 걸 지켜봐 / 밤의 궁극적 길을 거쳐 빛 속의 그분께로 돌아가 / 거울은 산산조각, 환상은 조명됐어 / David의 이름으로 Ste, 아멘." 작가 Alex Mazey는 2024년 서브스택 글에서 Bladee의 기독교 언급이 교리적 믿음이라기보단 "영성과 종말론적 사고로 향하는 광범위한 문화 운동"에 부합한다고 봤다. 솔직히 지금 세상이 망가진 것 같아서 사람들이 종교에서 답이나 최소한 위로를 찾는다는 얘기다. Bladee가 조지와 용을 소환하는 건 부패한 세계에서 정의를 찾는 넓은 탐색이고, 기독교 신비주의는 종교적 맥락을 벗겨낸 채 팝 컬처나 판타지 이미지처럼 도구로 쓰인다.

판타지 레퍼런스는 새삼스럽지 않다—컬트작 333에서 이미 반지의 제왕 샘플을 썼으니까. 근데 Sulfur Surfer는 한 발 더 나간다. 9번 트랙 "Durins Bane"은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발로그 이름인데, 간달프와 모리아 광산에서 싸우는 그 장면이다. 가사에서 Bladee는 "Balrog whip"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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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RSS/Dazed

Fit people only? The new wave of dating apps for the wellness era

웰니스가 새로운 나이트라이프라면, 헬스장이 새로운 데이트 장소가 될 수 있을까?

영국에서는 전설적인 나이트클럽 Tramp이 웰니스 자매 클럽을 론칭하고, 미국에서는 아예 '피트니스 커뮤니티를 위한' 데이팅 앱들이 등장하고 있다. ATEAM은 개인 트레이너, 모델, '문화적 테이스트메이커' 40명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회원을 선별하는 초대제 앱이다. 무한 스와이프 시대가 저물면서, 새로운 앱들은 '라이프스타일 호환성'이라는 specificity를 내세운다. 공동 창업자 Dan Ilani는 "과거에는 가치관, 외모, 커리어로 궁합을 봤지만, 이제 라이프스타일이 정체성의 훨씬 큰 부분"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미국인 중 음주자 비율은 54퍼센트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고, 금주, 훈련 루틴, 수면 스케줄이 자기 정의의 일부가 되면서 데이트 기준도 달라지는 셈이다.

문제는 '웰니스'나 '피트니스'를 데이트 기준으로 삼을 때 그게 외모나 사회경제적 지위와 분리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퍼스널 트레이너를 고용하거나 헬스장에서 긴 시간을 보낼 여유는 누구에게나 주어지지 않는다. 2024-2025년 Sport England 조사에 따르면 저소득층은 활동적일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 피트니스 산업은 부유하고, 날씬하고, 백인들이 지배하는 공간이고(흑인이나 유색인 인플루언서들은 백인 counterpart보다 적게 번다), 웰니스와 인종주의의 관계도 20세기 파시스트의 요가 지지부터 'Granola Nazis'까지 길게 문서화되어 있다. 피트니스 앱은 데이트 시장에 이미 존재하는 fatphobia를 streamline할 위험이 있다. 물론 뚱뚱하면서도 피트니스에 관심 있을 수 있지만, 솔직히 이런 앱에 가입하는 사람들이 그걸 염두에 둘까? '피트니스'를 바람직한 파트너의 기준으로 삼는다는 건 결국 더 큰 몸을 가진 사람들이 덜 가치 있다는 암시를 담는다.

ATEAM의 위원회 멤버이자 흑인 여성인 필라테스 강사 Nneoma Anosike는 "진정한 웰니스는 포용성, 재현, 커뮤니티에 관한 것"이라며 "누가 초대받고, 누구의 이야기가 조명받고, 웰니스가 어떤 모습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해 의도적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Ilani는 "포용성이 기준을 제거하는 게 아니라 올바른 기준을 세우는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위원회는 실제로 그게 어떤 모습인지 구체적 디테일을 공개하지 않는다. 좋은 관계가 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는 많지만, '건강'을 정체성의 일부로 동원하는 건 더 어두운 가능성을 품는다. looksmaxxing, 극단적 미용 루틴, 초슬림 이상의 부활, 피트니스와 순수성과 인종 정치가 뒤섞이는 온라인 공간들. 배타적 그룹은 분류를 전제로 하는데, '웰니스'처럼 모호한 용어가 기준이 될 때 그건 특히 문제가 된다. 의도적 포용성 없이는 이런 앱들이 누가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깊이 뿌리박힌 편견을 강화할 위험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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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RSS/Hypebeast

Inside Museo Jumex’s Soccer-Inspired Art Shows

멕시코시티의 무세오 후멕스가 축구와 예술의 교차점을 정면으로 다루는 두 전시를 연달아 선보인다.

먼저 7월 26일까지 열리는 Football & Art: A Shared Emotion은 회화, 조각, 설치, 사진, 영상 전반을 가로지르며 축구가 멕시코와 그 너머에서 어떤 문화적 파장을 만들어왔는지 추적한다. 소피아 에체베리가 새로 의뢰받아 제작한 섬유 작품 "Dechado de impedimentos"는 1971년 멕시코 여자월드컵 예선 이야기를 직조해내며 당시 선수들이 겪은 사회적 고난을 조명한다. 한편 아트 콜렉티브 Tercerunquinto는 개막전이 열릴 아즈테카 스타디움에서 건져낸 좌석들을 조각 설치로 재구성했다. 근데 진짜 재미있는 건 6월 10일 오픈하는 Objects of Glory다. 카타르 뮤지엄 및 3-2-1 카타르 올림픽·스포츠 박물관과 협업한 이 전시는 19세기 후반부터 지금까지 축구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물건들을 모았다. 1986년 월드컵 8강전에서 마라도나가 입었던 유니폼, 1970년 월드컵 당시 펠레가 신었던 부츠 같은 성물급 아이템들이 포진해 있다. 솔직히 이런 전시들이 한두 개가 아니라는 게 흥미로운 지점이다. 멕시코시티 전역에서 축구 관련 쇼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는 건, 결국 스포츠가 단순히 경기장 안 이야기가 아니라 집단 기억과 정체성을 직조하는 문화 장치라는 걸 기관들이 본격적으로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3-2-1 박물관 관장 압둘라 알 물라의 말처럼 "스포츠는 공유된 감정과 경험을 통해 사람들을 모으는 독특한 능력"을 갖고 있고, 이제 그 능력을 아카이브하고 전시하는 일이 미술관의 정식 업무 목록에 올라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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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RSS/After Babel

Treasure Your Attention

NYU 졸업식에서 사회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가 2026년 졸업생들에게 전한 메시지는 단순했다.

주의력을 보물처럼 지켜라. 메타는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넘지만 우리가 직접 돈을 낸 적은 거의 없다. 그들의 비즈니스 모델은 전 인류의 절반에서 주의력을 추출해 광고주에게 파는 것이다. 데이팅앱, 게임, 투자 플랫폼까지 모두 우리 주의력을 벌이고 스와이프하도록 설계됐다. 하이트는 12년간 가르쳐온 '번영(Flourishing)' 수업의 핵심을 졸업생들과 공유했다. 첫 주에는 거의 모든 알림을 끄게 한다. 이메일 알림, 뉴스 속보 알림 전부. 학생들은 중요한 걸 놓치지 않았고 오히려 하루가 얼마나 나아지는지 깨닫는다. 셋째 주엔 소셜미디어 앱을 삭제하게 한다. 일주일만, 완전히 끊으라는 게 아니라 웹브라우저로 접속하게 만들어 마찰을 추가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생각보다 쉽다고 말하고, 하루에 몇 시간을 되찾았다는 자유를 느낀다.

그가 강조한 두 번째 원칙은 어려운 일을 하라는 것이다. 니체와 켈리 클락슨이 다 맞았다. 죽이지 못하는 것은 우릴 강하게 만든다. 인간은, 특히 젊은이들은 fragile하지 않다. NYU 교수 나심 탈레브의 용어를 빌리면 antifragile하다. 깨지기 쉬운 것은 도전 앞에서 부서지지만, 반脆弱한 것은 도전 앞에서 더 강해진다. 연애도 마찬가지다. "사랑하고 잃는 게 한 번도 사랑하지 않은 것보다 낫다"는 말은 심장도 반脆弱하다는 걸 이해하면 더 깊이 와닿는다. 세 번째는 실제 세계의 실제 사람들에게 주의를 쏟으라는 것이다. 대학 시절엔 우연한 만남이 구조화돼 있다. 누가 "피자?"라고 문자하면 10분 뒤 함께 피자를 먹는다. 하지만 성인의 삶, 특히 야심 찬 도시의 고성취자들은 이상한 종류의 외로움을 경험한다. 하루 종일 메시지를 주고받고 모두의 삶을 실시간으로 보면서도 점점 더 혼자라고 느낀다. 이제 우정은 훨씬 더 의도적인 노력을 요구한다. 어색해도 먼저 연락하고, 저녁에 초대하고, 초대받으면 응하라. 실제 세상에서 일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그가 시인 메리 올리버의 시로 연설을 시작하고 끝낸 건 우연이 아니다. "주의를 기울여라. 경탄하라. 그것에 대해 말하라." NYU 졸업생들의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거의 스크린에서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대부분은 웃게 만들거나 성장하게 도운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며 생겼다. 하이트는 이렇게 말했다. 당신 나이에, 이 시점에, NYU 학위를 가지고 있다면 역사상 소수만이 꿈꿀 수 있었던 기회가 있다. 주의력을 보물처럼 지키고, 그걸 사용해 어려운 일을 하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실제 삶에서 하라. 그러면 당신의 삶은 놀라울 것이고 세상은 당신이 있어서 훨씬 나은 곳이 될 것이다. 소셜미디어가 우리 삶을 어떻게 망가뜨리는지에 대한 연구로 유명한 학자가 졸업식 연사로 초대받았다는 것 자체가 시대의 징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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