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ning Culture Digest

이브닝 컬처 다이제스트

2026년 5월 23일 토

01 RSS/IndieWire

Why Director Boots Riley Embraced ‘Jankiness’ and an Indie Spirit to Make ‘I Love Boosters’

부츠 라일리가 2천만 달러로 7천만 달러짜리 영화에 들어갈 분량을 찍었다고 스스로 인정할 때, 그건 자랑이 아니라 전략 선언이다.

I Love Boosters는 오클랜드의 옷 도둑 코르벳(키키 파머)이 백화점을 털어 동네에 되파는 이야기지만, 실제론 변증법적 유물론을 따르는 순간이동, 젠트리피케이션, 구강 성교의 악마적 힘, 글로벌리즘 착취 극복법, 그리고 키키 파머와 스톱모션 악당의 추격전까지 우겨 넣은 영화다. 예산이 30퍼센트 줄면 보통 인디 영화는 각본을 30퍼센트 자르는데, 라일리는 그게 "좋은 아이디어의 정수만 남기는 것"이라며 거부한다. 대신 그는 벽을 하나만 짓고, 한 방향으로만 찍고, 부드러운 CG 전환을 포기한다. 피터 그리너웨이의 요리사, 도둑, 그의 아내 그리고 정부가 한 면 세트였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그러니까 우리도 그렇게 한다"고 선언하는 식이다. 데미 무어 연기하는 허풍쟁이 디자이너 매장을 털어내는 몽타주 시퀀스는 배우들이 밴 안에서 갈아입고 한 앵글에서만 찍혔지만, 그 제약 덕분에 더 그래픽하고 구도상 더 의도적이 됐다. 3만 달러 들 CG 샷은 줄과 파머의 점프 한 번, 약간의 합성으로 해결했다. 라일리는 이걸 "전문적인 광택을 잃는 것"이라 부르면서도, 총체적으로 보면 그 거칠음이 비주얼 스타일에 기여한다고 본다.

그에게 jankiness(투박함)은 타협의 흔적이 아니라 인간적 접근의 증거다. 배우를 믿고 마음에 드는 테이크가 나오면 안전 테이크 없이 넘어간다. 음악 작업에서 배운 태도다. 솔기가 보이는 영화, 매끄럽지 않은 영화를 만드는 이유는 간단하다. "영화 한 편은 인생의 많은 부분을 가져간다"는 그의 말처럼, 언젠가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 지금 싫은 걸 하는 건 실패라고 본다. 그냥 견딜 만한 쇼 에피소드만 찍다가 인생을 보내는 것도 실패고, 원하지 않는 영화를 만드는 것도 실패다. 라일리는 자기가 원하는 영화를 못 올리는 것보다, 올리지 못할 영화를 타협해서 만드는 걸 더 두려워한다. 그래서 그는 계속 "Peter Greenaway를 한다"며 제약을 스타일로 전환하는 방식을 택한다. 독창성은 돈이 아니라 제약에서 나온다는 믿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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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RSS/Eurogamer

Bungie reportedly eyeing up "significant" layoffs, no plans for Destiny 3: what happens after Destiny 2's final update in June?

번지가 9년 가까이 끌고 온 Destiny 2를 올해 6월 9일자로 마지막 업데이트로 마무리한다는 공식 발표가 나왔다.

콘코드나 하이가드처럼 서버를 완전히 닫는 건 아니고, 오리지널 데스티니처럼 소수 커뮤니티가 여전히 접속할 수 있는 형태로 남겨둔다는 계획이다. 발표문은 감상적이었다. "12년 가까이 데스티니 우주를 함께 탐험한 특권"을 이야기하며 "공유된 세계가 Destiny 2 너머로 살아가야 할 때"라고 썼는데, 솔직히 이게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는 애매하다. 블룸버그는 곧바로 후속 보도를 냈다. 번지가 "상당한 규모"의 해고를 준비 중이며, Destiny 3 같은 후속작은 현재 개발 중이 아니라는 내용이었다. 데스티니 세계관 안에서 다른 게임 아이디어는 있지만 실제 프로덕션에 들어간 건 없고, 지금 스튜디오의 초점은 온전히 Marathon에 맞춰져 있다는 얘기다. Marathon 출시가 기대만큼 순조롭지 않았다는 언급도 나오는데, 번지는 "장기전을 각오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이번 해고와 Destiny 2 종료가 그 계획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미지수다.

유로게이머 필자는 이 소식을 "씁쓸하다"고 표현했다. 번지에 대한 비판을 많이 해왔지만 두 데스티니 시리즈가 사실상 하나의 장르를 만들어냈고, 라이브 서비스 모델의 토대를 깔았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치즈 워락으로 PvP를 괴롭히던 기억, 타워에서 친구들과 어슬렁거리던 순간들—그런 개인적 추억들이 이 시대의 종결과 함께 떠오른다고 썼다. 근데 결국 남는 건 질문이다. 거대한 프랜차이즈 하나가 9년을 버티고 조용히 유지 모드로 들어가는 동안, 그걸 만든 사람들은 "다음 시작"을 위해 해고당하고, 후속작은 없다. 이게 라이브 서비스 시대가 남긴 유산의 실체라면, 우리가 기억해야 할 건 타워의 불빛이 아니라 그 뒤편의 공백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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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RSS/Aftermath

That's Not How Unions Work, Wizards Of The Coast Management

Wizards of the Coast가 Magic: The Gathering Arena 팀의 노조 투표를 앞두고 직원들 집으로 편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노조는 제3자입니다. 당신의 목소리는 직접 전달될 때 가장 강력합니다"라는, 스타벅스와 아마존이 써먹은 그 레퍼토리다. 2주 동안 매일 공포 조장 이메일을 보내더니 이번엔 집 주소로 편지까지 보낸 건데, Communications Workers of America 소속 United Wizards of the Coast 노조 가입 대상 직원들은 이 편지를 소셜미디어에 공개했다. 회사 측 논리는 이렇다. 단체교섭에서 임금, 복지, 스케줄이 협상 테이블에 오르면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수도, 같을 수도, 나빠질 수도" 있다는 것. 기술적으론 맞는 말이다. 근데 복지가 줄어드는 건 노조 때문이 아니라 회사가 협상 테이블에서 그걸 빼앗기로 결정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Arena 개발자는 Wizards가 재택근무 정책을 일방적으로 바꿔서 다른 주로 이사하거나 퇴사해야 했던 경험이 조직화의 계기였다고 밝혔다. 노조가 있었다면 회사는 이런 결정을 혼자 내릴 수 없었을 것이다.

"제3자" 프레임도 전형적인 왜곡이다. 맞다, CWA 같은 상급 노조 직원이 경영진과의 협상에 참석하긴 한다. 하지만 그들은 노동법과 계약 전문가로서 노동자들이 정한 우선순위를 실현하기 위해 오는 것이지, 상사와 대화할 때마다 끼어드는 게 아니다. Gawker Media에서 노조 대표로 활동했던 필자는 Writers Guild of America East의 오거나이저와 노동 변호사가 협상을 이끌었지만, 모든 결정은 우리 블로거들이 내렸다고 증언한다. 회사들이 사랑하는 "제3자" 표현과 달리, 노조는 곧 노동자 자신이다. Weingarten Rights에 따라 징계성 미팅에 노조 대표가 배석할 수 있는 것도 경영진이 노동법을 위반하지 못하도록 감시하기 위함이지, 직원과 상사 사이를 막기 위함이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CWA와 중립 협정을 맺어 이런 반노조 캠페인을 하지 않았다(물론 협상 테이블에선 발을 질질 끌었지만). Wizards가 법을 어기진 않았을지 몰라도—"복지를 빼앗겠다"는 협박이 아니라 "빼앗길 수도 있다"는 진술이니까—실망스러운 건 사실이다. 솔직히 말하면 필자도 노조에 가입하기 전까진 노조 작동 방식에 대해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었다. 회사들은 이런 오해로부터 이득을 보고, 노동자들은 그 오해를 깨뜨림으로써만 이득을 본다. 노조가 완벽하진 않지만, 직장을 개선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도구 중 하나다. Arena 팀의 6월 투표에 행운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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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RSS/IndieWire

‘Once Upon a Time in Harlem’: Why William Greaves Didn’t Finish What He Considered His Most Important Film

1972년, William Greaves는 Duke Ellington의 집에 16mm 카메라 세 대를 들고 들어가 할렘 르네상스를 만든 살아있는 전설들의 파티를 찍었다.

아들 David가 그중 한 카메라를 들었고, 아버지는 평생 찍은 것 중 가장 중요한 푸티지라고 말했다. 그런데 'Symbiopsychotaxiplasm'을 만든, 그 시대 가장 혁신적인 다큐멘터리 감독이 왜 이 영화를 완성하지 못했을까. 답은 야심이 너무 컸다는 것이다. William의 원래 기획안에는 파티 장면뿐 아니라 Sidney Poitier의 내레이션, 이후 10년간 할렘에서 촬영한 현대 인터뷰들, 르네상스가 80년대 Black arts movement에 미친 영향까지 담을 예정이었다. 부인이자 창작 파트너인 Louise Archambault Greaves는 실제로 10년 동안 할렘 곳곳을 쫓아다니며 계속 카메라를 돌렸다. 프로젝트는 방대해졌고, 2014년 William은 영화를 완성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David가 아버지 사후 Louise의 제안으로 프로젝트를 이어받았을 때 내린 결정은 역설적이다. 그는 방대한 자료를 다 버리고 파티 푸티지만 남겼다. 대신 아버지를 영화 안에 집어넣었다. "아버지는 이 영화를 완성할 수 없었어요. 그 자신이 영화의 일부여야 했기 때문이죠." William의 전체 경력 자체가 할렘 르네상스의 파급력을 증명하는 살아있는 증거였다. 그는 1920년대 할렘의 그림자 속에서 자랐고, 그 문화적 유산은 그의 작품 하나하나에 스며있었다. David는 아버지의 서재를 뒤지고, 여백에 적힌 메모들을 읽으며 이 프로젝트의 진짜 핵심이 무엇인지 깨달았다고 한다. 문화가 세대를 통해 어떻게 전승되는가라는 주제 말이다. 칸에서 상영된 완성본 'Once Upon a Time in Harlem'은 결국 아들이 아버지의 미완성 작품을 완성하면서 그 주제를 몸소 구현한 셈이다. NEON이 10월 극장 개봉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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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RSS/Stereogum

Thom Yorke Talks New Solo Album, Next Radiohead Tour, Music Industry Arseholes

톰 요크가 아이버 노벨로 시상식 무대에 올랐다.

해리 스타일스가 깜짝 프리젠터로 등장해 라디오헤드를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밴드라 부르고, "Talk Show Host"를 들으며 첫경험을 했다고 고백한 뒤 상을 건넨 자리였다. 요크는 거기서 음악 산업의 "arseholes"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다음 세대 뮤지션들이 먹고살 수 있는 수익 구조는 만들 생각 없이 플레이리스트로 립서비스만 하고, 스트리밍 시대에도 메이저 레이블이 쓰던 그 불투명한 회계 트릭을 반복한다는 것이다. "Pull your finger out. 다음 juicy 백카탈로그는 어디서 구할 건데? 차세대 아티스트를 계속 평가절하하면 이 산업은 죽고, 너희 같은 arseholes도 함께 죽는다. 우리 없으면 너희는 shit이다." 그의 수상 소감은 이렇게 정리된다.

무대 밖에서는 새 솔로 앨범 얘기를 꺼냈다. 에드 오브라이언이 먼저 언급했던 그 앨범인데, 최근 The Smile 작업을 함께한 프로듀서 샘 페츠-데이비스와 만들었고 "나한테는 꽤나 fucking different"하다고 했다. 좋은지는 모르겠단다. 너무 가까이 있어서 확신할 수 없고, 가끔 "이거 괜찮은데?"라는 순간이 오는데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Arse-Kissers"라는 곡이 들어 있다는 것만 확실하다. 지난 가을 라디오헤드 유럽 투어에 대해서는 "overwhelming"이라는 단어를 반복했다. 마드리드 첫날 밤 관중 사이를 걸을 때, 베를린 월요일 밤 2만 명 hipsters 앞에 섰을 때의 순간들을 절대 못 잊을 거라고 했다가, 곧바로 농담처럼 덧붙였다. "끔찍했어, 다시는 안 할 거야." 진행자가 "그래도 또 할 수도 있겠죠?"라고 묻자 "그래, 아마도"라고 답했다. 오브라이언이 최근 언급한 '매년 다른 대륙에서 20회 공연' 플랜이 실제로 작동할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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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RSS/Aftermath

Imagining A Better Racing Game

레이싱 게임이라는 장르가 꽤 오래됐는데도, 정작 우리가 원하는 걸 정확히 주는 게임은 없다는 게 이상하다.

Aftermath Hours 팟캐스트에 Tran Girlismo 팟캐스트의 Jordan Hoffstetter가 출연해서 Forza Horizon 6를 두고 한 말이 정곡을 찌른다. "오픈월드 드라이빙 게임은 최고일 때 명상에 가깝다. 완전히 안전한 디지털 환경에서 고속으로 달리는 그 zen 같은 느낌"을 원하는데, Forza는 30초마다 화면 절반 크기의 이벤트 마커를 깜빡이고, 다른 플레이어들의 게이머태그가 붙은 차들이 난폭운전하며 펜스에 박히는 모습을 계속 보여준다. Luke는 "평화를 달라고 했는데 이 게임은 그걸 줄 생각이 없다"고 썼다.

반대편에는 Gran Turismo 7이 있다. Jordan은 처음엔 자동차 역사 전체를 보여주는 장황한 오프닝 영상이 우스꽝스럽다고 생각했다가, "아니다, 이 정도의 자기중요성과 경외심이 내가 원하는 거다"라고 돌아섰다고 한다. Luke도 동의한다. Gran Turismo는 차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만든 게임이고, Forza는 그저 상업 제품을 위해 라이선스 차량들을 끌어다 쓰는 느낌이라는 것. GT7을 켜면 만족감과 존중이 느껴지지만, 문제는 시뮬레이션에 집착한 나머지 너무 무균실 같다는 점이다. 차를 빠르게 모는 gut feel보다는 수치로 정확히 재현하는 데 더 관심이 있다. 결국 두 사람 모두 같은 걸 원하고 있었다. "Forza의 느낌에 Gran Turismo의 사랑을 담은 것." 메뉴 화면과 샵만 주고, 다른 모든 헛소리 없이 그냥 운전만 하게 해달라는 거. 솔직히 이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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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RSS/IndieWire

Audiences Expecting an AI Dystopia in ‘Sheep in the Box’ Get Something Much Stranger from Hirokazu Koreeda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새 영화 '상자 속 양'을 본 칸 관객들은 당황했다.

AI 디스토피아를 기대했는데 전혀 그런 방향으로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고로 일곱 살 아들을 잃은 중년 부부가 같은 나이의 휴머노이드 AI 복제품을 '입양'하는 이야기인데, 고레에다는 인터뷰에서 "많은 사람이 로봇에 지배당하는 디스토피아를 예상했다가 그렇게 끝나지 않아서 놀란 것 같다"고 말했다. 솔직히 이 감독답지 않게 감정적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평이 많았다. 2018년 '어느 가족'으로 황금종려상을 받은 감성의 대가에게 기대하는 게 있는데, 이번엔 그 기대를 배신했다는 뜻이다.

영화의 핵심은 중국 기업들이 생성형 AI로 죽은 이를 되살리는 뉴스에서 출발했다. 고레에다가 줄곧 천착해온 질문—"죽은 자는 누구의 것인가?"—을 AI 시대에 다시 던진 셈이다. 흥미로운 건 AI 소년 카케루를 연기한 아역 배우에게 로봇처럼 행동하라고 주문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냥 아이로 연기하게 했다. 불편함을 느끼는 건 어른들이었다. 카케루가 '엄마, 제가 없으면 더 행복하세요?'라고 물을 때도 로봇처럼 하라고 하지 않았다. 대신 어른들에게 그 말이 불편하게 들리도록 연출했다." 결국 이 영화는 AI 그 자체보다 AI와 함께 사는 인간의 불편함을 관찰한다. 카케루는 한 시점에서 "엄마의 68%가 아이를 버리려 생각한 적 있다"는 통계로 엄마의 죄책감을 완화하려 하고, 반대로 독립 욕구를 보일 땐 엄마가 "모든 부모가 겪는 일"이라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이런 뉘앙스는 리서치에서 나왔다고 한다. "친구들에게 물어봤더니 엄마가 '너는 이제 내 아이 아니야'라고 말했던 기억에 트라우마가 있더라. 그래서 주인공 오토네도 어머니에게 같은 말을 들었고, 이제 자기 아이에게 똑같이 하는 연쇄 구조로 썼다."

올해 칸은 일본이 Country of Honor로 선정되면서 공식 경쟁 부문에 25년 만에 세 명의 일본 감독이 동시에 올랐다. 하마구치 류스케의 '갑자기'는 200분에 가까운 러닝타임에도 황금종려상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후카다 코지의 '나기 노트'는 우아한 정적으로 존중받았지만 고레에다는 상대적으로 냉담한 반응을 받았다. 근데 정작 고레에다가 지적한 건 다른 문제였다. "후카다와 하마구치는 10년간 일본보다 프랑스에서 더 많은 지원을 받았다. 이게 일본 영화계에 숙제를 던졌다. 다음 세대 재능을 어떻게 지원할지 생각해야 한다." 일본이 명예의 대상이 된 해에, 정작 그 영화인들은 자국 시스템 밖에서 성장했다는 아이러니다.

제목 '상자 속 양'은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서 가져왔다. 책에 나오는 양과 상자 그림처럼, 영화 속 캐릭터들은 각자 감정이나 자아를 상자 안에 가둔다. 고레에다는 카케루의 GPS를 빼주는 소년이 "여우"라고 했다. 장미가 누군지는 생각 안 해봤다며 웃었다. AI를 통해 인간의 상실과 집착을 다루려 했지만, 관객이 원한 건 명확한 디스토피아적 경고였던 것 같다. 결국 이 영화는 기대와 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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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RSS/Aftermath

Devolver Digital Suing Toy Maker Who Keeps Saying He's Making A Hotline Miami Spinoff Game

라이센스 계약이 끝나면 보통 양측은 조용히 헤어진다.

근데 장난감 아티스트 Erick Scarecrow는 2019년 Devolver Digital과의 계약이 종료된 뒤에도 Hotline Miami 굿즈를 계속 만들고 팔았고, 급기야 "공식 스핀오프 게임"을 개발 중이라고 선전했다. Devolver는 2월 텍사스 법원에 소송을 냈고, 지금은 Scarecrow의 사업장이 있는 네바다로 관할이 옮겨졌다. 소장에 따르면 Scarecrow는 2015년부터 Hotline Miami 피규어, 핀, 의류를 만들 권리를 가졌지만 계약은 19년에 끝났고, 이후엔 재고 소진만 허용됐다. 그런데 그는 2023년부터 "재입고" 표시로 새 상품을 팔았고, SNS에선 Dusted라는 스핀오프 게임의 킥스타터를 예고하며 "공식 콜라보"처럼 홍보했다. Devolver는 이게 상표권 침해이자 사기라고 본다. Scarecrow는 심지어 Hotline Miami 캐릭터를 "Devolver와 함께 공동 창작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Reddit 팬들은 혼란스러워했고, Devolver 측은 2024년 경고장을 보낸 뒤 Scarecrow가 오히려 SNS 활동을 강화했다고 말한다.

흥미로운 건 Scarecrow가 소니와도 비슷한 분쟁 중이라는 점이다. 2020년 그는 소니를 상대로 소송을 냈는데, 소니는 이를 "실패한 사업 제안을 독점 계약으로 바꾸려는 시도"라고 반박했다. Scarecrow는 2014년부터 소니와 라이센스 계약을 맺고 Nathan Drake 피규어를 만들었고, 2018년 구두 합의로 핀 프로그램을 제안했다고 주장한다. 근데 소니는 결국 다른 업체를 통해 핀을 만들었고, Scarecrow는 계약 위반이라며 소송을 걸었다. 두 케이스 모두 진행 중이고, 솔직히 패턴이 보인다. 라이센스 파트너가 계약 종료 후에도 권리를 주장하며 IP를 계속 사용하는 구조. Devolver 케이스에선 Scarecrow가 15건 이상의 Hotline Miami 관련 저작권을 자기 이름으로 등록했는데, Devolver는 이걸 사기라고 본다. 결국 IP 홀더 입장에선 계약이 끝나도 감시를 멈출 수 없다는 교훈. 팬들은 혼란스럽고, 법정은 느리고, 한때 협력자였던 둘은 이제 완전히 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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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RSS/Highsnobiety

Smart Glasses Are Getting Swaggy

구글과 삼성이 젠틀몬스터와 손잡고 만든 스마트 안경이 올 가을 출시된다.

메타가 레이밴, 오클리처럼 가장 유명한 브랜드와 협업한 반면 이들은 한국의 실험적 아이웨어 레이블을 택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사실 테크 기업들은 AI 알고리즘과 마이크로칩 개발엔 능해도 스웨그는 몰라서, 카메라 달린 AI 안경을 팔려면 패션 디자인을 아웃소싱할 수밖에 없다. 저커버그의 메타가 2019년 레이밴 웨이페러를 재설계한 이래 시장을 독점해왔고, 작년엔 오클리 콜라보까지 추가했다. 애플도 올해 안경을 내놓을 거란 소문이 있어 경쟁이 치열해지는 판국인데, 구글과 삼성은 젠틀몬스터의 올블랙 캣아이 프레임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거울 사이보그 안경을 만들던 브랜드치곤 보수적인 디자인이지만, 지금까지의 스타일 없던 스마트 안경들과는 완전히 다르다. 삼성이 프레임 양쪽에 카메라를 넣고 구글이 제미니 기반 AI 어시스턴스를 얹어서, 폰 없이 메시지 보내고 텍스트 번역하고 길 찾는 게 가능해진다. 결국 스마트 안경이 해야 할 일은 다 하면서도, 패션계에서 가장 이상한 아이웨어를 만드는 레이블이 디자인했다는 게 핵심이다. AI 안경 혁명이 드디어 스타일리시해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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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RSS/Dazed

What’s up with fakemink’s perfume obsession?

향수병이라는 말은 있어도, 향수 집착은 또 다른 차원이다.

영국 래퍼 fakemink의 신보 *Terrified*를 듣다 보면 그의 가사가 트랙리스트만큼이나 향수 브랜드 카탈로그처럼 읽힌다는 걸 금방 알아챌 수 있다. Tom Ford, Initio, Creed—이 이름들은 그의 이전 곡들에도 흩뿌려져 있었고, 스팸 계정에 올라오는 사진 속 반쯤 보이는 유리병들을 하드코어 팬들이 해독하는 게 일종의 놀이가 됐다. 19곡짜리 이번 앨범에서 향수는 유혹, 욕망, 럭셔리의 상징으로 교차하며 사용되는데, 각 트랙을 뜯어보면 레퍼런스의 세밀함이 놀랍다. "Creed"는 같은 이름의 럭셔리 하우스를 언급하되 종교적 뉘앙스를 겹쳐 놓고, "그녀의 향이 내 뼈에 남았어 / 옷에 / 시트에"라고 노래하며 친밀함이 몸에 흡수되는 감각을 그린다. 리드 싱글 "Night, Blooming Jasmine"(데이비드 린치 묘비명에서 따온 제목)은 첫 라인부터 런던 향수 브랜드 Discothèque의 "Lola at Coat Check"를 언급한다—1992년 뉴욕 클럽 나이트의 코트룸 직원을 상상해 만든 향이다. "Essex Girls"에선 Kilian과 Memo 파리지앵 하우스를 레이어링하고, "Forget Me Not"에선 Tom Ford의 여성향 Shanghai Lily를 "크림처럼 달콤한 샹티이"로 묘사한다.

근데 정작 인상적인 건 마지막 트랙 "Rétard Angel"이다. 여기서 그는 브랜드 이름을 버리고 "네 땀 냄새가 그립다 / 피부와 피부로 누웠던 게"라고 노래한다. 명품 레퍼런스에서 벗어나 체취라는 가장 원초적인 향으로 회귀하는 이 순간이, 명성 속에서 무엇이 진짜 중요한지 재정립하는 fakemink의 전환점처럼 읽힌다. 솔직히 Le Labo를 아직 모른다는 게 오히려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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